이 의기투합[意氣投合]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최근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며 방영되고 있는 KBS1 드라마 정도전 23회 방송에 이인임의 몰락장면이 그려졌다.
정도전으로 인해 유배지로 떠나던 절대권력 이인임은 정도전에게 “당신같이 위험한 자가 이성계와 의기투합[意氣投合]하였으니, 앞으로 세상 돌아가는 꼴 참 보기 좋겠소이다 그려.”라고 말해 이성계와 정도전에 의한 역성혁명으로 고려가 망하는 꼴사나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 복선을 깔았다.
이에 대해 정도전은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셨지요. 보여드리겠습니다. 세상은 바뀝니다.”라며 영원할 것 같던 권력의 무상함과 쇠퇴한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질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도전과 이성계의 의기투합[意氣投合]으로 조선이 개국됐다. 김춘추와 김유신의 의기투합으로 삼국이 통일됐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 어떤 역사학자는 “우리민족의 삶의 터전이 한반도로 좁아진 원인”이라고 안타까워하고 조선의 개국에 대해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에 이은 조선개국을 하지 않았다면 명이나 청에 복속됐을 것”이라는 평가를 한다. 학자마다 평이 다르다.
이처럼 의기투합은 아주 사사로운 것에서 부터 쿠테타, 혁명 등 국가와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일까지 사람이 사는 곳이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 이어서 의기투합 [意氣投合]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이러한 판단이 가장 어려울 때가 선거 때다. 형제간에 의기투합하고, 친구 간에 의기투합하고, 혈연간에 의기투합하고, 동문간에 의기투합하고, 이익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의기투합한다.
지방선거에는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집단이 많아진다.
군수선거를 중심으로, 도의원선거를 중심으로, 군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의기투합이 아닌 야합으로 보여 질수도 있다.
4년 전 의기투합했던 사람이 이제는 흩어져 새로운 사람과 합쳐진다. 무슨 놈의 의기투합이 불과 4년 만에 깨진단 말인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후보자들을 도울 조력자들(후보자와 의기투합한 사람)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 보은시내의 화제는 ‘누가 누구를 돕기로 했느냐’가 단연화제다.
‘누가 누구를 돕는다더라~’하면 반응은 “잘했네”와 “그것 참” 두 가지다.
정도전이 이성계와 의기투합한 것을 알고 이인임은 “세상 돌아가는 꼴 참 보기 좋겠다”라고 했다.
유비가 관우, 장비와 더불어 도원결의를 통해 의기투합한 것은 수 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4년마다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보면 그때마다 많은 조력자들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의기투합은 없었던 것이다.
의기투합을 깬 사람이 잘못된 것인지, 깨짐 당한 사람이 잘못된 것인지는 그래서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다. 함부로 의기투합[意氣投合]을 운운하지 말자 역사만이 알 일이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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