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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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왕이로소이다
  • 최동철
  • 승인 2014.02.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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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유권자가 대접받는 선거철로 접어들었다. 적어도 선거일 전날까지는 유권자가 선량을 꿈꾸는 이들로부터 깍듯한 왕의 예우(?)를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때 쯤이 되어서야 비로소 유권자는 뭇 선량후보들을 향해 ‘나는 왕이로소이다’하고 큰 소리로 외쳐볼 수 있게 된다.

때가 때인 만큼 한 표가 아쉬운 선량후보들은 선거일까지는 유권자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며 ‘공복’ ‘하인’임을 읊조리곤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은 대부분 선거일까지다. 당락이 결판나고 선량이 확정되면 유권자는 다시 거리에 내팽개쳐진 ‘거지왕자’처럼 왕의 지위를 잃게 된다.

왕으로서의 유권자와 공복으로서의 선량 후보와의 관계도 180도 자리바꿈하기 일쑤다. 머리를 조아리며 지지를 당부했던 선량은 선거이후에는 주민의 부탁과 민원을 받는 ‘힘 있는’ 입장이 된다. 반대로 주민으로 전환된 유권자는 선거철이 돌아올 때까지 눈치를 살피는 처지가 된다.

‘다수결 원칙’으로 대부분 모든 게 결정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겪는 일종의 순환형태다.
각설하고, 대선이든, 총선이든, 기초의원과 단체장을 뽑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이든 아니면 일반 기관단체에서 치러지는 선거이든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유권자의 선택’이다.

선거는 결국 유권자의 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실천할 대리자를 뽑는 과정이다. 그래서 출마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자신만이 유일하게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려 애를 쓴다.

일설에 ‘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이 있다. 한껏 폼만 잡고 다니는 듯 했던 선량 등 지도층 인사들이 갑자기 재래시장에서 앞 다퉈 떡볶이나 오뎅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눈길 한 번 제대로 준적 없던 사람을 포함해 성명부지의 행인에게조차 반가운 체를 하며 손을 내민다.

그것도 단순히 악수만 하면 1표, 검지로 손바닥을 긁어주면 부부 2표, 포옹하며 어깨를 토닥이면 부부 표는 물론 온 가족 표를 몰고 와 지지해 준다는 우스갯말도 나돈다. 출마자들의 인사하는 모습만 보아도 신출내기인지 다선의 선량인지 금방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허리를 직각 이하로 굽히면 다선, 60, 70도 정도면 초선, 머리만 까닥하면 첫 출마자일 가능성이 높다. 첫 행상에 나선 장사꾼이 체면 때문에 호객 외침이 목에 걸려 밖으로 나오지 않듯 머리나 허리가 제대로 굽혀지지 않는 것이다.

여하튼 평소 대단한 분들의 목과 허리가 자꾸 땅으로 굽는 것만 봐도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케 한다. 선량들이 임기 동안 주민 생각을 털끝만큼이라도 하게하는 것이 바로 선거라는 심판이다. 유권자들이여! 주눅 들지 말고 왕답게 제대로 된 선택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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