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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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악연
  • 최동철
  • 승인 2014.02.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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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잘 아는 사이도 악연이 될 수 있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면 적이 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간에도 핏대를 세우게 한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사이라면 원수가 될 일은 없다. 아주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배신감을 더 느끼고 더 큰 악연이 될 수 있다. 가까웠던 만큼 그만큼 실망감이 더 커지는 이유다.

어느 땐가 한 선거의 입후보자가 낙선소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투표 전일까지만 해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한결같은 지지자였다. 그런데 낙선하고 난 후 가까운 주변 사람들마저 겉과는 달리 실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한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더라’는 것이다.

즉, 주위 일부 사람들이 자신의 당선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주질 않아서 패배했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더라는 고백이었다. 상대편 후보에게 포섭당해 전향했을 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에 빠져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마저 미워지더라고 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증오와 원한은 더욱 커진다. 선거기간 중 마구잡이로 뱉어낸 말들이 낙선의 상처를 더 깊이 후벼 판다. 물론 책임못질 단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보통 자신의 당선만이 절대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들 간 의견이 다르고 지향하는 길이 다를지라도 지켜야할 기본 도리나 자세는 갖춰야한다. 상대방의 인격모독, 허위사실 날조, 흑색선전 등으로 머리끝까지 감정이 치솟더라도 절대 넘지 못할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설사 도 넘는 한마디의 말로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다 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보은과 같이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얽혀진 지역사회에서는 후안무치한 언사 구사로 얄팍한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절대 용인해선 안 된다. 지역에서 출마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서로 따지고 보면 선·후배요, 동무 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서로 사적인 약점과 치부를 들춰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막무가내 쏟아내 아픈 상처와 감정 악화 등 불편한 상흔을 남긴다. 이는 작게 보면 당사자 간 원수지간이 되게 하지만 넓게 보면 보은의 수치다. 불미스러운 결과물이다.

어떠한 주의 주장에도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면 원한도 생기고 왜곡된 선거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한탕주의 선동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인물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던지는 정의적 지역 정서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향은 향내를, 생선은 비린내를 풍긴다. 선거전을 치르며 온갖 행해졌던 일들은 세월 속에서 진실로 수면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세상의 진실은 떠벌이지 않아도 저절로 알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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