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임업 연구원, 5월 이벤트 계획
수세 악화로 고사위기에 처한 내속리면 상판리 정이품송(천연 기념물 제 103호)이 2세를 얻기 위해 혼례를 치른다. 18일 산림청 임업 연구원 임목 육종부(부장 최완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로 품격이 높은 식물인 정이품송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5월경 형질 좋은 배필을 구해 꽃가루를 수정시킬 계획이다.최완용 부장은 “현재 정이품송 주변에 식재된 아들 소나무는 반쪽만 정이품송으로 우수한 혈통을 보존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정이품송이 아무 소나무와 혼인해도 좋지만 사람에게나 하사받는 정이품이란 벼슬을 받은 품격 높은 소나무이고 수형도 좋기 때문에 정이품송의 우수한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엄선된 신부와 인공 수정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임업연구원은 소나무 군락지 등을 돌며 신부감을 물색, 신분이나 가문 등을 고려할 때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에 소재한 조선태조 5대조 묘인 준경릉 주변의 노성 중 한 그루를 간택할 예정이다. 준경릉 주변의 낙락 장송인 황장목은 경복궁 중수 때 자재로 쓰였을 정도로 수려해 정이품송의 신부감으로 적합하다는 것.
소나무는 암수가 따로 구분없이 한 나무이기 때문에 매년 5월초 송홧가루를 이용해 자연상태에서 수정하지만 신부가 될 소나무는 개화 전 꽃에 비닐 봉지를 씌워 다른 소나무 송홧가루가 앉아 자연 수정을 하지 못하도록 한 후 길일(吉日)을 택해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받아 임업 연구원에서 수정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수정된 소나무는 내년 가을 씨앗을 간직한 솔방울을 맺게 되고 이 씨앗을 심을 경우 늦어도 2003년 여름 쯤 2세가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임업 연구원은 문화재청 및 보은군과 협의, 5월경 이같은 정이품송의 결혼식을 이벤트화 할 계획이다.
한편 임업 연구원은 지난 68년부터 국내에 분포돼 있는 소나무에 대해 조사를 벌여 이 가운데 종자가 우수한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의 소나무를 전국에 보급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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