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대의 대통령과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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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의 대통령과 군수
  • 최동철
  • 승인 2014.01.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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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보은군수의 공식 생년월일은 1941년 12월25일이다. 양력이라면 예수 그리스도와 생일이 같은 셈이다. 현재 만 72세이고 우리 식 나이로는 일흔 네 살이다.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오는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에 입후보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노익장이라 할 만하다.

또한 재선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군수’라는 개인의 영예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정 군수의 이러한 일련의 가상적 흐름을 예상해 보자니 불현 듯 로널드 레이건 40, 41대 미국 대통령(1911~2004년)이 연상된다. 정 군수와 비슷한 면도 있고 사뭇 다른 측면도 있다.

레이건은 70세 때 미국 대통령에 취임해 ‘최초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가졌다. 역대 대통령 중 끝에서 두 번째로 아이큐가 낮았지만(첫 번째는 아들 부시) 유머감각 만큼은 1위였다. 그래서 얽힌 일화도 많다.

1984년 73세였지만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 56세였던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텔레비전 토론에서 만났다. 먼데일은 “레이건은 나이가 너무 많아 대통령 노릇하기 어렵다”면서 나이 많음을 선제공격했다. 이에 레이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왜냐면 나의 상대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아직 경험도 없는 철부지라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응수했다.

먼데일은 시청자와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레이건의 고령을 걸고넘어지려다 자신의 경험 부족이 부각된 모양새였다. 레이건이 정색을 하고 ‘왜 나이를 따지느냐. 나는 건강하다’는 투로 핏대를 세웠다면 먼데일은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지 모른다.

여하튼 이날 토론에서 레이건은 노쇠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먼데일 후보에게 완패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토론 결과와는 상관없이 레이건을 다시 선택했다. 레이건이 여전히 국가 지도자다운 면모에서 앞섰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재선 대통령 레이건은 어느 날 기자들의 심술궂은 질문에 그만 “개자식(son of bitch, S.O.B.)!”이라고 내뱉고 말았다. 며칠 뒤 기자들이 ‘S.O.B.’라는 글자를 새긴 티셔츠를 레이건에게 선물했다. ‘개자식’ 발언을 되돌려 준 셈이다. 이에 레이건은 “기자 여러분은 애국자다. 예산절약(Saving Of Budget·SOB)하란 뜻이지요. 충고 잘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마무리가 좋았다. 모욕을 참지 못하고 권력과 권위로 기자들을 누르려 했다면 불화만 더 커졌을 것이다.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불리며 사후에도 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 1위에 레이건이 뽑혔다.
언론 등 주변인과 잘 소통하는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점을 잘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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