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를 통째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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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를 통째 삼키다
  • 최동철
  • 승인 2013.10.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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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의 계절이 왔다. 더불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인 선량 후보군들은 더욱 분주해진 모양새다. 현역이든 예비역 이든 대부분이 발품과 얼굴팔기에 여념이 없다는 주변의 전언이다. 일부는 선거자금을 비축하는 한편, 업적성과와 소신을 알리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등 공수 양면에도 벌써 치중하고 있다는 바람결소리도 나돈다.

이들 후보군 중 ‘낙선’이라는 쓰라린 경험만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있다면 한번쯤 되짚어 볼 만한 고사성어가 있다. 각종 시험에 연이어 ‘낙방’하는 사람들도 참고해 볼만한 내용이다.

‘대추를 통째 삼킨다’는 '홀륜탄조'라는 고사가 있다. 송나라 때 성리학자인 주희(朱熹)의 글에서 나온다.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연회를 베풀고 손님을 초대하여 자신이 계속 과거시험에 낙방하는 원인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술과 밥 그리고 과일을 대접하고는, 자신도 배와 대추를 몇 개씩 먹었다.

손님 중에 의술에 정통한 사람이 있어 "배는 많이 먹으면 비위가 상하지만 이에는 좋다“고 말했다. 또 ”대추는 비위에는 유익하지만 치아에는 해로우니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던 그가 "그러면 배는 씹어서 먹고, 동시에 대추는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버리면 비위도 유익하고 치아도 좋아 질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배와 대추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의술에 정통한 사람은 그에게 평소 연습한 문장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몇 편의 글을 읽어 보고 나서 "시는 운율에 어긋나고 문장도 조리에 맞지 않으며, 전고(典故)를 잘못 사용한 곳도 있고 원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도 있다. 대추를 통째로 삼키 듯 공부를 하였으니 번번이 낙방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깨우침을 주었다.

여기에서 유래된 홀륜탄조는 사물을 수박 겉핥기로 대충 이해하거나, 학문을 하면서 깊이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즉 무엇인가 성취를 이루려면 먼저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 진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대충 두루뭉술하게 배워서는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인 것이다.

보은군의 번영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면 먼저 진지한 심사숙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보은군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향후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문제는 또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번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절실한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해보아야 한다.

물론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가려운 곳을 찾아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직접 깨우치지 못하고 남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대추를 통째 삼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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