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듯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국가의사(또는 국가정책)를 결정하지 아니하고 그들의 대표자(국회의원·대통령 등)를 선출하여 그 대표자로 하여금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게 한다. 이를 대의(代議)제도라고 한다.
대의제 민주정치 하에서는 정권을 잡은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기초로 정치가 행하여진다. 즉 정당이 정치적 실권을 가지는 정치형태인 정당정치가 펼쳐진다. 정당정치의 핵심은 책임정치다. 따라서 정당은 선거를 통하여 일반대중의 참여를 조직화하는 한편, 공천 후보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된다.
헌데 요즈음의 정당정치는 공천권만 있고 책임은 없는 구조로 변질됐다. 때문에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능력이나 참신성 보다 총선 대선에서의 기여도, 국회의원 또는 당원협의회 의장과의 관계 등이 더 중요한 공천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하기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은 당원협의회에서 위임받아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가 1차 심사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또는 당원협의회 의장이 추천하면, 시·도당 추천위에서 추인하여, 중앙당에서 공천장을 수여하는 시스템으로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정상혁 군수후보신청자는 낙천되자 ‘공천과정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탈당했다. 그리고 자유선진당에 입당과 동시 공천을 받아 보은군수에 당선됐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마따나 정당공천제도의 쓰고 단 맛을 모두 맛본 셈이 됐다. 그런 그가 지난 달 ‘정당공천제 폐지’를 외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민주당은 얼마 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새누리당과 원론적 의견이 일치된 것이다. 이제 공직선거법 개, 수정안 작성과 양당 간 사전 조율만이 남게 됐다. 하지만 부분(기초지방선거)에 국한될 공천제 폐지가 그리 쉽고 간단하게 처리될 것 같지는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헌법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정치란 개념도 무색해진다. 책임정치도 실종된다. 현직, 관료 등이 선거에 유리한 구조가 된다. 여성의 정치참여 해결방안도 모호하다. 더 예상되는 우려는 설사 묘안으로 ‘정당공천’이 폐지됐다 해도 과연 풀뿌리 생활 자치를 바라는 대로 실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당공천이 실시되는 광역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뿐만 아니라 총선, 대선이 있는 한 정당선거조직은 지역 내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정당공천은 없다 해도 정당 내 내천(內薦)이 암암리 있게 될 이유다. 정당과 연관 없는 후보는 곤혹을 치르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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