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유를 알고자 나름 골몰했다. 그랬더니 외출했던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자 애완견이 꼬리를 흔들며 앞다리를 들고 두발로 서서 재롱을 피우거나 혓바닥으로 손등과 얼굴을 핥자 주인은 귀엽다며 머리를 쓸어주는 게 아닌가.
어느 날 저녁 주인이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질투와 시기심으로 인해 제 분수를 망각한 당나귀는 급기야 마구간에서 집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선 식탁주변을 껑충껑충 뛰며 긴 꼬리를 흔들어 댔다. 두껍고 긴 혓바닥으로는 주인의 얼굴을 쩍쩍 소리가 날정도로 핥아댔다.
식탁 위에 있던 음식과 그릇은 물론 주변 모두 엉망진창이 됐다. 더구나 당나귀는 애완견처럼 주인의 품에 안기려고 무릎에 자꾸 뛰어오르려 했다. 깜짝 놀란 하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들어와 당나귀를 잡아다가 반쯤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팼다‘
‘당나귀와 애완견(The Ass and the Lap-Dog)’이라는 이솝우화의 내용이다. 제 분수를 모르거나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고 경거망동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를테면 농촌이 활동범위인 정치인이 큰 도시나 상위 정치인 흉내를 낸다든가, ‘글로벌’을 외쳐대며 과도한 외국출장으로 재정을 소비하는 행위 등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보은군과 자매결연도시(Sister city)는 아니지만 우호도시(Friendly city)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서는 지난 30일 일본계 미국인들의 반대 속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 지역 재미동포 단체인 가주한미포럼이 2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과 시 정부, 의회를 설득해 이뤄낸 일이라고 한다. 제작비 3만 달러(약 3,300만원)도 재미동포들의 모금으로 마련했다.
이런 성과는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즉 한국에선 위안부 문제가 인권 유린의 문제이자 한·일 간 역사인식 및 외교 문제로 보지만 재미동포들은 이것이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계 미국인들이 한국의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즈음 한겨레신문 미국 특파원이 지난 달 26일자 인터넷 판에 다음의 내용을 보도했다.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최근 자매결연 도시인 글렌데일시의 소녀상 건립에 자신이 큰 공을 세웠고, 제막식에 초청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글렌데일시가 이 사업을 자매결연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만큼 공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정부가 공을 홍보하고 나서면, 재미동포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 앞으로 일본 쪽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빌미로 삼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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