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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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때가 있다’
  • 보은신문
  • 승인 2013.06.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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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13일)은 음력 5월5일로 단오 명절이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한다. 음양오행 이론에서는 홀수인 기수(奇數)를 양(陽)으로 치고 짝수인 우수(偶數)를 음(陰)으로 친다. 따라서 기수가 겹쳐 활력이 배가되는 음력 3월 3일이나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중에서도 단오는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겼다.

즉 정월이나 팔월대보름이 달을 기리는 날이라면 단옷날은 태양을 기리는 날인 것이다. 양기가 드세게 지배하는 날이니 이 날 놀이는 대체로 격정적이었다. 고대 국가에서부터 말을 타고 공채로 공을 치던 격구, 돌팔매질을 하여 승부를 겨루는 석전(石戰), 그리고 드높게 날아오르는 그네타기, 널뛰기와 상대를 넘어뜨리는 씨름 등이 성행했다.

조선시대 후기 문인 유만공(柳晩恭)은 한시집(漢詩集) ‘세시풍요(歲時風謠)’에 우리나라 한 해의 세시풍속을 200편의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담아냈다. 그 중 단오 날의 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단오 옷은 젊은 낭자(娘子)에게 꼭 맞으니(戌衣端稱少娘年)/ 가는 모시 베로 만든 홑치마에 잇빛이 선명하다(細苧單裳?色鮮)/나무 아래서 꽃답게 하늘로 솟구칠 때(送罷秋天芳樹下)/ 창포뿌리 비녀가 떨어지니 작은 머리털이 비녀에 두루 있다(菖根簪墮小髮偏)/ 단오 옷을 술의(戌衣)라고 한다(端午衣曰戌衣).’

자고이래 한반도인은 일 년에 세 번 신성 의상인 빔을 입는다. 설빔, 단오빔, 추석빔이 바로 그것이다. 단오빔을 술의라고 해석한 유만공의 할주(割註)에 따르면 술의란 신의(神衣), 곧 태양신을 상징한 신성 옷차림임을 알 수 있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수릿날은 태양의 기(氣)가 극(極)에 달하는 날이다. 단옷날 쑥을 뜯어도 오시(午時 :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뜯어야 약효가 제일 좋다. 또 이날 부적을 쓰면 잡귀를 물리칠 뿐만 아니라 집안의 제액도 모두 소멸될 수 있다고 믿었다. 특히 단오 날 대추나무나 모과나무로 인장을 만들어 두면 신수가 훤하다고도 했다.

이처럼 세상사 모든 일은 그 때에 맞춰 행해져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줄탁동기(?啄同機) 즉, 어미닭과 알속 병아리가 교감하여 동시에 안팎을 부리로 쪼아대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간단치가 않다. 지식보다 지혜로움을 더 필요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단력과 용기도 필요하다.

보통 외골적인 옹고집이나 막무가내식의 감정적 대응만으로는 때를 맞춘 근본적 사태해결이 어렵다. 더군다나 소통보다는 언로가 차단된 불통이나 권위의식에 집착하여서는 그 때를 얻거나 만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참으로 겸손하게 익은 벼의 교훈처럼 먼저 낮아지는 태도가 선행되어야한다. 그 다음 그 때가 지나기 전에 반성과 사과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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