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오랫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사람들은 특히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결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관습 때문이라고 한다. 잘못을 인정하면 즉시 처단하는 지배자들의 통치방식으로 인해 잘못을 했더라도 죽지 않으려면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인도 자기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부인착 (死不認錯)이란 말을 자주 사용할 정도다. 이 또한 중남미와 비슷한 환경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격변기 홍위병 대란 때 잡혀간 사람이 윽박에 못 이겨 잘못을 고백하고 자아비판하면 그 즉시 생사를 달리했다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바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절대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위는 사실 인간 본연의 심리다. 따라서 동서고금이 거의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다. 오죽하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형벌’이란 이름의 명화를 19세기 프랑스 출신 영국화가 알퐁스 르그로(Alphonse Legros)가 남겼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세계 모든 이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혜를 얻기 위해 한 두 번은 읽는다는 ‘탈무드(Talmud)’에도 ‘남 탓 말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라’는 의미의 좋은 글이 있다.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길가다 넘어지면 돌부리를 탓한다. 돌이 없으면 언덕을, 언덕이 없으면 자기 구두를 탓한다. 이러하듯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항상 자기만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를 낸다. 화가 난다는 것은 내 잘못은 없다는 생각과 겸손함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란 진정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기의 잘못을 인정치 않고 피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잘못을 했다고 조작(造作) 되어야 한다.
나는 항상 옳기만 하고 다른 사람이 언제나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공동체인 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공동체 사회의 일원인 우리는 서로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자성하는 보은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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