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원인을 두고 자재 탓을 돌리는 시공사와 예기치 못한 이상 한파에 따른 부실시공 탓이란 자재납품업자 사이 ‘내 탓은 아니오’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막상 문제의 핵심인 부실 원인은 묻힌 채 하자보수 선에서 사태를 수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단 보은군은 하자보수를 실시한 후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 대해 전문 집단에게 시험의뢰를 할지 여부를 정한다는 복안이다. 보수는 결함이 생긴 군내 관급공사 34곳에 대해 해당 레미콘 업체가 레미콘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해당 시공업자가 재시공하는 방식이다. 주민 불편을 고려해 우선 하자보수를 집행하기로 한 것은 응당한 조치이고 적지 않은 출혈에도 믿고 따라주는 시공사와 레미콘 업자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줄 믿는다.
그럼에도 원인 규명에선 속내가 서로 복잡해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시공업자가 “같은 시기 관급 공사에 공급된 3개 업체의 레미콘 가운데 특정 업체가 납품한데서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품질 불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당 레미콘업체가 “영하 4도 이하에서 레미콘을 제대로 양생하려면 보온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부실시공에 원인을 돌리는 것도 전적으로 틀린 말만은 아닌 듯하다. 보은군도 관리감독 소홀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납품 품목으로 권장한 조달청 역시 품질의 문제였다면 책임에서 비껴갈 수 없다.
시시비비를 덮어버리기에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관급공사에서만 약 5억 원의 피해발생이 나타났고 재시공까지 포함하면 전체 공사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관급공사 뿐 아니라 일반 공사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나타났다. 이들은 어디에 항의할 때도 없고 수습 또한 난감하다.
무엇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부실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노면이 일어나는 박리현상으로 누더기가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고 다시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물론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른다면 성분분석도 그 의미도 퇴색되겠지만 이번 사안을 보는 눈은 그게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 스스로가 원인 규명을 행하기가 어렵다손 쳐도 적어도 이번 사태에 대해 피해를 입고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내놓는 것이야말로 관리감독을 맡은 관청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지 않나 싶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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