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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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때
  • 최동철
  • 승인 2013.04.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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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떠벌리면 실없는 사람이 된다. 도 넘친 변론이나 찬사도 오히려 비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입이 근질거려 아무데서나 떠들어 사람도 잃고 말도 잃는다.

공자께서 말했다. “더불어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말을 나누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말할 수 없는 사람과 말을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않는다.”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환언하면 말은 함께해도 될 사람이 있고, 나눌 필요조차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작 대화가 통할 사람과 소통이 없으면 인재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을 잃는 다는 것은 마구 떠들어 쓸데없는 말이 되어버린 경우를 뜻한다.

공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군자를 모심에 있어 저지르기 쉬운 허물이 세 가지 있다. 말할 때가 아직 안되었는데 말하는‘조급함’,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방관’, 안색을 살피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눈치 없음’이 그것이다.‘

한편 늘상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사람을 ‘팔불출(八不出)에 빗댄다. 팔불출은 남자의 자격이 없는 ’못난 사나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술자리에서 마누라, 자식 자랑하는 것을 비롯해 어른이 음식을 들기 전 먼저 먹는 다든가 음식을 싸가지고 간다든가 하는 것 등을 팔불출이라 했다.

여덟 달도 채우지 못하고 낳은 아이인 칠삭동(七朔童)이와 같은 의미다. 따라서 온전하게 다 갖추지 못했다 해서 팔불용(八不用), 팔불취(八不取)라고도 한다. 여하튼 팔불출은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좀 모자란', '덜 떨어진', '약간 덜된' 것을 의미한다.

항간에는 팔불출의 언행에도 등급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첫 번째가 제 잘났다고 폼 잡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누라 자랑이며, 셋째는 입만 열면 자식 자랑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집안 조상과 아비자랑을 일삼는 것이고, 다섯째는 저보다 잘난 듯싶은 일가친척자랑이며, 여섯째는 출신학교와 선후배 자랑이고, 일곱 번째는 고향이 어디라고 우쭐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비아냥’이 일곱에서 끝난 것은 덜 떨어진 팔불출의 본디 의미를 살리고자 여덟 가지에서 일부러 하나를 덜 만들었다고 한다.

제대로 들어 주기를 잘하는 사람보다 하고픈 말만 남발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됐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설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종잡을 수 없는 혼돈의 시대다.
‘말 많은 자 아는 게 없고, 아는 자는 말이 없다.(言者不知 知者不言)’고 노자께서도 말했다. 고로 전직도 아닌 현직 공직자가 자만에 취해 자신의 치적이나 업적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양새는 그래서 꼴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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