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은 충효로부터 시작되며 한문교육은 곧 인성교육이다”
상태바
“인성은 충효로부터 시작되며 한문교육은 곧 인성교육이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3.03.21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한학자 김병직 옹

날로 각박해져가는 현대 사회속에서 청소년들의 학교폭력과 정서불안정등 인성교육에 대한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산되가고 있다. 인성과 예절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문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성과 충효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김병직(80. 보은읍 어암2리)옹을 만났다.<편집자 주>

 

▲ 평소 몸에 밴 부지런함으로 꾸준한 한문 공부를 통해 남들로부터 국역(國譯)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김병직(80.보은읍 어암2구)옹.
-어려운 한문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초등학교 예전 소학교시절 김자 진자 호자되시는 아버님의 권유로 동네 서당에 3년6개월 동안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당교육은 글자 한자 한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를들면 사자소학의 내용을 무조건 읽고 쓰고 하면서 한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6.25 동란이 끝나고 군대를 제대하고 농사일로 자식을 부양하던중 나이 44세에 동네 이장을 18년 동안 보면서 당시에는 한문은 물론 한글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아 어릴적 배운 한문 실력을 제대로 써먹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상 시작한 한문공부를 매일매일 접하게 되었고 한시를 읽고 쓰면서 지금은 한문책의 한글번역에도 자신감이 있게 되었습니다. 체계적인 공부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한자, 한문을 접하면서 이젠 아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에 한문교실 및 충효교실을 열어 한문을 통해 충효와 예절을 가르키고 싶습니다.

-지금 현대사회에 있어 우리 한글에서 한자, 한문의 위치는 어디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동안 우리 글자에 한문이 사라진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에 한문이 없어지고 한글만을 주장할 때 한문과 순수한 한글이 혼용되고 있는 우리 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한문을 다시 배우고 한자를 배우기 위해 한자급수 시험을 본다는 소식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통치자 생각에 따라 한자, 한문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등장하는 모습에 안타깝지만 분명 한문은 우리가 배워야 할 글자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아이들의 한자 한문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지금 아이들은 한자급수 시험을 기준으로 한자를 많이 알기위한 교육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자를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뜻글자인 만큼 한문으로된 문장을 많이 익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한자라도 문장으로 사용되면 그 뜻 역시 달라지고 글자 한자한자에서 오는 뜻보다는 문장으로 구성했을 때 올바른 뜻, 그 뜻을 이해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덕목으로 다가옵니다. 이율곡 선생은 “서자서 아자아(書自書 我自我)라고 해서 글은 글대로 나는 나대로 라는 뜻으로, 글을 읽되 정신을 딴 데에 쓰면 아무소용 없다” 는 뜻으로 한문 역시 한자 한자가 아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정신을 차려 문장을 연구하고 문장을 외움으로써 그 본래의 뜻을 알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한문과 연관되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아침 9시만 되면 어암 2구 탁골에서 보은서예협회에 까지 걸어서 나옵니다. 다른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부족한 필력을 익히고 한얼회관에 위치한 보은향교 사무실에서 향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999년 보은에 살고 있는 한시를 쓰고 배우는 10여명의 지인들이 모여 ‘속리한시회’를 구성했습니다. 현재는 총무를 맡아 전국 한시백일장이 열리는 곳이라면 찾아가 그동안 배운 것을 시연하기도 하고 있으며 회원들의 실력은 순위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은향교에 입문해 유도회 활동으로 아이들의 방학을 이용해 충효교실, 한자교실등 기회가 주워지는 한 그동안 배운 한문을 후대들에게 교육하는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보은향교와 유도회 보은지부의 주관으로 펼치고 있는 충효교실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한자와 한문을 꾸준히 공부해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2009년도 당시 김건식 보은문화원장님과 ‘보은군지리지’ 라는 책자를 발간하는데 옛고서에 나오는 보은군과 관련된 내용을 국어로 번역을 맡아 단행본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역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지리지 삼국사기를 비롯한 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를 포함하여 최근에 나온 조선환여승람에 실려 있는 전국 각지의 기록중에 현재의 보은군과 관련된 부분을 한글로 풀어 작성한 자료집으로 보은의 역사를 알고 싶었으나 한문으로 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었을 한글세대들에게 고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조상의 유산을 물려주는 귀한 계기가 마련되어 보람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또 수년전 보은읍 성족리 백인말에 위치해 있던 ‘석천암’ 서당을 해체하면서 발견된 상량문을 해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상량문 내용을 해석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보기 어려운 상량문이었으며 대격(글자와 뜻이 같음)으로 쓰여진 한시 성격의 상량문이라는 사실에 중요한 자료를 해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은군의 보물로써 그 가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80년을 사시면서 안타깝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일이 있으신지...
제가 사는 동네는 탁골, 보은읍 어암2구입니다. 저의 선조이신 금릉 김씨 상자진자 되시는 탁계선생이 1792년(정조 16년) 직접 중국에서 종자를가져와 심은 200년이 넘던 백송이 현재도 죽어 방치되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104호 지정되어 관리해오던 백송이 죽자 천연기념물을 해제하고 이제 아무도 관리하지 않은채 썩어 형채만 남아 동네에 서 있습니다.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후손들이 관리하지 못해 죽은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가능하다면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보존처리해 영구적으로 교훈이 되게끔 만들고 싶은 생각입니다.

평소 한문을 통해 겸손과 부지런함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한문교육을 통해 충효를 바탕으로한 인성교육에 전념하신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박진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