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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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3.02.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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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다. 세종대왕께서 다섯째 왕자인 광평대군을 총애 하셨는데 그의 운세가 굶어 죽을 팔자라 하여 왕자가 굶어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궐 밖에다 집과 많은 전답을 주어 편히 살게 해 주었는데 약관의 나이에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므로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의술이라면 그 가시를 쉽게 뺄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그 가시를 뺄 수 있는 의원이 없었던 모양이다.
오늘아침에 아내가 시장을 보아야겠다며 데려다 달라고 하기에 약속이 있다고 하였더니 기분이 상했나보다. 외출 하였다가 저녁에 돌아오니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저녁상을 차려 주면서도 말투가 곱지를 않다. 그러기에 왜 퉁바구처럼 쏘느냐고 하면서 앞으로도 당신이 내게 아쉬운 소리 할 때가 많을 텐데 그러면 누구 손해냐고 농담을 하였더니 그제서야 웃으면서 퉁바구에 쏘이면 얼마나 아픈지 아느냐고 한다.
퉁바구는 퉁가리라는 물고기의 사투리로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 하는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고 없지만 옛날에는 우리 마을 냇물에서도 아주 흔한 물고기 중 하나였다. 생김새는 메기와 비슷 하지만 몸집은 15센티 정도로 작은데 색깔이 붉고 등과 양 옆 지느러미에는 가시가 있어 그 가시에 한번 쏘이면 하루를 지나도 통증이 남을 만큼 아프기도 하지만 매운탕으로는 그 맛 또한 일미인 생선이기도 하다.
아내가 시집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어느 날 형님께서 물고기를 꽤나 많이 잡아 오셨다. 시냇물이 없는 곳에서 살던 아내는 잡아 온 물고기가 신기해서인지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다가 그만 퉁가리에 쏘이고 말았다. 울상이 된 아내에게 어머니께서 괜찮으냐고 물으셔도 대답도 못하고 쏘인 손가락을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여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뼛속까지 아프다고 하였다.
이처럼 퉁가리 가시 뿐 아니라 어떤 가시이든지 쏘이거나 찔리면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가시라는 말은 결코 좋은 의미가 되지 못한다. 아주 못마땅한 사람이나 사물을 일컬어 눈엣 가시 같다고 하는가 하면 가시에 찔리면 그 상처는 크지 않더라도 통증은 심하기 때문에 남의 눈 빠진 것이 내 손톱 밑에 가시 박힌 것 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이 내게 좋지 않은 말을 할 때에도 경우에 따라 말에 가시가 있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이와 같이 가시라는 말은 언제나 부정적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가시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물에 만 있고 내게는 없는 것인가를 생각 해 보게 된다. 나의 말이나 행위가 가시가 되어 남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나의 잘못들이 가시나무 숲이 되어 나를 찌르고 있는 것은 없는지도 생각 해 볼 만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쯤 어느 여름날 상급생 형들과 함께 학교엘 가지 않고 동구 밖 아카시아 나무숲에 숨어서 놀다가 가시에 찔려 며칠을 고생 하면서도 학교에 가지 않은 잘못이 더 어린 양심을 찔렀기에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던 일이 생각난다.
가시나무새라는 전설의 새는 평생을 한 번도 울지 않다가 죽을 때에야 가시를 찾아 자신의 몸을 찔리고 피를 흘리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죽는다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가시밭 같은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사람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요즈음 손톱 밑 가시부터 빼주는 정치를 하겠다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최고 기관의 수장 지명자들에 대한 검증이나 국회 청문회에서 불거진 당사자들의 과거 잘못들이 이제 와서 자신을 찌르고 국민들의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되고 있음을 본인들도 미쳐 생각지 못 했겠지만 앞으로도 고위 공직 지명자들의 검증과정에서 또 얼마만큼의 숨어 있는 잘못들이 가시가 되어 자신과 국민들의 마음을 찌르게 될지 걱정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이런 일들은 관행이라고 하는데 가시나무새처럼 가시를 찾아 자신을 찌르게 하는 잘못이 관행이라면 언제쯤에나 그 잘못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잘못들은 대부분 욕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성경 말씀 중 디모데 전서 6장 10절을 한번 되새겨보고 싶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를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서 자기를 찔렀도다”
이제 이번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 된다. 이번 설에는 아무런 사고 없이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은 군민 여러분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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