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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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 나기홍 기자
  • 승인 2013.02.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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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농협이 장례식장을 인수하자 동종업계는 물론 관련 영세자영업자들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보은농협은 자산 2300억 원이 넘는 보은지역 최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내에서는 대기업이고 재벌인 셈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이로 인한 영세상인 해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를 규제하고 골목상권내지는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보은농협은 대의원총회를 거쳐 장례식장사업을 승인받고 본격적으로 영업이 개시되면 이를 이용하는 조합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게 한다고 하지만 저감되는 장례비용이 지역상권의 피폐를 보상할 정도인지는 미지수다.

영세자영업자들의 우려는 보은농협하나로마트로부터 시작된다. 하나로마트가 이전 개점한 후 보은지역 상권이 크게 달라고 위축됐다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지역내 마트는 현재는 6개소가 운영하고 있으며 보은농협하나로마트 매출과 비교하면 이들의 매출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느 정도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마트들도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실정이고 보면 재래시장의 영세업자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형편이다.

마트에는 생선가게, 정육점, 빵가게, 채소가게, 과일가게, 옷가게, 잡화점, 쌀가게, 담배가게등 소비자가 사고 싶은 것은 다 살 수 있는 가게들이 들어있는 셈이다.
한곳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편리성에 소비자들은 이곳을 즐겨찾고 재리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을 외면하고 있어 농협하나로마트의 매출이 늘면 느는 만큼 영세상인들은 설 곳이 없어 사업을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보은땅을 떠나거나 근로자로 전락하고 만다.

보은농협은 마트사업뿐아니라 비료사업, 주유소사업, 농약사업, 예식사업 안하는 것이 없다. 여기다 보은농협은 2013년 사업계획에서 장례식장사업과 주유소사업을 승인받고 장례식장을 인수했다.
농협의 사업확대를 보면 마치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같아 이러다가는 식당, 꽃가게, 광고인쇄업 등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지 않겠냐는 영세자영업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현실이 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덤에서 요람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라는 말은 1942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베버리지로 하여금 발표하게 한 보고서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 세계의 사회보장 정책의 교과서 같은 말이다.
또한 이 말은 전 국민이, 전 세계인에게 나면서 죽을 때까지의 기초적 생활을 보장해야한다는 모두가 평등하며 희망적이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농협과 동행한다.
아니 뱃속부터다. 어머니 뱃속에서 보험에 가입하면서 농협과 인연을 맺어 학자금대출을 받아 공부하고 사회인이 되고나면 예금도하고 대출도 받고 그러다 늙어 죽으면 농협장례식장을 이용하면서 세상을 떠난다.
요즘은 죽고 나면 묘지관리까지 농협에서 하고 있어 그야말로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농협의 신세(?)를 지고 산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도 고맙거나 행복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거대자본이 새로운 사업을 시행할 때는 구성원의 견해와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주변까지도 살펴 전 군민적 합의를 이끌어 냈으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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