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관, 단체의 장으로 새 의자에 앉는 이들은 대체로 각별한 마음가짐을 갖는다. 그리고 야망을 함께 이룰 인사들을 찾게 된다. 자연스레 주변에는 인재가 모여들고 하마평 또한 무성해진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결국 좋은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간다는 의미다. 즉 인사가 모든 일에 근본이자 전부라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인재를 어떻게 찾아 합당한 의자에 앉히느냐 인 것이다.
곧 출범할 새 정부 뿐만 아니라 수장이 바뀐 보은지역 각 기관, 단체도 매한가지로 고민해야할 사안인 것이다. 지난 몇 차례 사례에서 보았듯이 인사권자가 ‘적격자’라고 판단했음에도 ‘공직’을 맡기기에는 부적합한 인물로 판명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거짓말쟁이도 있었고 교만한 자도 있었으며 맹목적 아첨꾼도 있었다. 합법을 내세웠으나 사회 통념상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증스러운 이도 있었다.
송나라 때 고사에 대간사충(大姦似忠)이란 말이 있다. 매우 간사한 사람은 아첨하는 수단이 매우 교묘하여 흡사 충신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또한 눈앞에서 칭찬하는 사람은 진실하지 않다는 면예불충(面譽不忠)이란 말도 있다.
이러한 비근한 예를 다 알면서도 정작 인사권자들은 이들을 오히려 가까이 둔다. 간신들이 득시글거렸던 역사를 보면 거의 그랬다. 목숨을 내걸고 하는 충언과 고언, 귀에 거슬리는 바른말을 멀리했다. 속으로야 비웃기도 했겠지만 귀를 간지럽게 하는 아첨꾼의 충성스런 부끄러운 짓을 더 좋아했다. 다소 똥냄새가 나더라도 ‘똥도 핥을 놈’인 상분지도(嘗糞之徒)를 심복으로 삼았다.
인사 중 특히 경계해야할 부류도 있다. 이들은 출세나 권세, 사욕을 얻기 위하여 반인륜적인 흉악 잔인한 방법을 거리낌 없이 활용한다. 영화나 소설 등에 곧잘 등장하는 그야말로 악당이다. 대표적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시대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었던 오자병법의 오기(吳起)다.
위나라 사람인 그는 공명을 얻고자 뇌물 등으로 모든 재산을 탕진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조롱하자 자기를 비웃은 30여명을 하룻밤 새 다 죽이고 노나라로 도망갔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제자가 된 그를 비범하게 본 제나라 대부 전거는 딸을 주어 사위로 삼았다.
얼마 뒤 왕이 바뀐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해 왔다. 노나라는 오기를 대장군으로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이 제나라 대부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가 심했다. 오기는 망설임 없이 사랑하는 아내를 단칼에 쳐 죽이고 장수가 됐다. 아내를 죽여 장수가 됐다는 고사성어 살처구장(殺妻求將)이 여기서 비롯됐다한다.
과연 만사를 위한 인사는 이렇듯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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