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야기3 (총명한 안드레는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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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야기3 (총명한 안드레는 왕따)
  • 김종례 (회남초 교감)
  • 승인 2013.01.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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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남편이 출장을 가던 날이다. 혼자 있는 날이면 마당이나 현관에 누가 왔다가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 골방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한 밤중에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어나 귀를 곤두세우며 불을 밝히고 소리 나는 쪽으로 갔더니 안드레가 있는 현관이었다. 문짝을 두발로 긁으며 앓는 소리로 신발을 어지르고 물건을 뒤집어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적이 침입한 것도 아닌데 안절부절 평상시 안 하던 짓을 하여 문을 열어주었더니, 쏜살같이 옆집 쪽으로 사라졌다 금방 돌아왔다. 저녁에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당신 여태 몰랐어? 볼일 보려면 꼭 옆집 헛간 뒤로 가는 거. 여기저기 안가고 꼭 거기란 말이야. 여름 가을에는 벼 포기를 헤집고 영미네 논으로 들어가던데...’ 아무데나 더럽히지 않고 저만의 비밀장소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가 막혔다. 이틀 전에는 너무도 노곤하여 한 밤중에 미처 문을 열어주지 않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중문을 여는 순간 안드레의 대변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얘가 호텔 안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자꾸만 안으로 끼어 들어가며 얼굴을 항문에 파묻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미물을 바라보며 또 다시 기가 막혔다. 제 오물을 보였다는 이유로 염치라는 걸 표현하는 총명한 안드레! 한갓 미물일지라도 정말 양심이라는 게 있는 걸까?
크지도 높지도 않은 태봉산으로 아담하게 둘러싸여 있는 우리 동네는 멀리서 바라보면 어미 소와 송아지가 평화롭게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 작은 동네에 소는 없고웬 고양이들이 그리 많은지, 몇 년 지나면 사람보다 고양이 천국이 되지 않을까 우려감도 있다. 얘들도 끼리끼리 몰려다니는데 안드레는 박스 안의 세월 속에서 적과의 전쟁을 수없이 치렀다. 한 밤중에도 치열한 전쟁의 폭음과 육탄의 고통 소리로 인하여 잠을 깬 기억이 많다. 얘가 왜 이리 적이 많은지를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과잉보호를 한 우리 탓인 게 분명하다. 재워주고 먹여주고 안아주고 사람 손이 탄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왕따의 왕이 되어 있었다. 고양이들은 안드레를 틈틈이 엿보면서 주인이 출근을 하면 사료를 몽땅 빼앗아 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으레히 적과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데, 집단폭행이 되면 쏜살같이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고 한다. 제일 잘 올라가는 건 감나무 꼭대기다. 꼭대기까지 기어올라 마치 달님 햇님이 될 듯이 하늘을 향해 새 밧줄을 내려 달라고 울부짖다가 우리가 주차를 하면 쏜살같이 내려와서 떼구르르 아양을 떤다. 또 고양이들 보다는 옆집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았다. 얘가 왜 나무를 이렇게 잘 타는 서커스 주인공이 되었는지... 얘가 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 하는지를 알았을 때는 이미 폭력의 예방책이나 근절 대책이 먹히지를 않았다. 학교사회와 너무나 흡사한 왕따의 근본 원인과 대책을 다시 생각하는 요즘이다. 내가 어릴 적 동질감과 이질감으로 잠깐씩 힘들었던 동무들과의 기억이 구름처럼 스쳐간다. 어쩌다 1등을 하는 달이면 애들이 며칠간 돌려놓고 상대해 주지 않던 일, 인숙이가 예쁜 꽃무늬 새 원피스를 입고 온 날 크레파스를 문질러 얼룩지게 하던 일, 호랑이가 열 마리나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학교로 오지 않고 뒷산에 가서 숨었던 홍식이 얼굴, 아버지가 배낭식 가방을 사다가 처음 매주던 날, 보리밭에다 새 가방을 숨겨놓고 보자기에 다시 싸서 애들처럼 찰랑찰랑 허리에 동이고 다니던 일, 지금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지만 그 자질구레한 일들 모두가 마음이 편치 않은 이질감으로 일관된다. 아마도 여기에는 부모의 욕심이라는 게 가미되었을 터다. 이 시대의 학부모나 교사들도 겉치레적인 교육 사랑보다 사소한 작은 일에도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는 단순 교육 방법을 선택함이 옳다.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가여운 우리 애들에게 삶의 지혜를 귀띔해 줘서, 나-너의 메시지 전달이 자유로운 가정과 학교 문화가 형성되어 폭력이나 왕따 등이 근본적으로 근절되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겨울 햇볕을 받고 있는 왕따의 왕인 안드레와 발장난을 하며, 동질감과 이질감을 조성한 사람의 실수를 잠시 반성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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