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제대로 투표하는 날'
상태바
'12월19일, 제대로 투표하는 날'
  • 최동철
  • 승인 2012.12.13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일을 며칠 앞두고 시대의 철학자 도올 김용옥선생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모두 투표장으로 가시오’ 라는 피켓을 들었다. 털모자에 목도리까지 둘렀다. 쌀쌀한 날씨였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거의 모든 게 정해지는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의사표현은 투표에 의해 비로소 발현된다. 특히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에 있어 ‘한 표’의 의미는 ‘내 생각’을 대신 이행해 줄 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도올은 깨인 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던 것이다. 깨인 자들은 나름 객관적 식견이 정립되어 있어 제대로 볼 줄 알고,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제대로 된 투표결과가 나올 것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 작가 상드린 뒤마 로이(Sandrine Dumas Roy)의 그림책 ‘투표하는 날(책과 콩나무刊’을 보면 투표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투표를 할 때는 거짓말에 속지 말고 겉모습만 보고 투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원에 우기가 오자, 새로운 왕을 뽑기 위한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여태껏 왕 노릇했던 사자는 재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코끼리, 기린, 악어도 출마해 이미 초원의 왕이 된 듯 행세한다. 한편 후보들은 열심히 자신을 알리고, 여러 가지 공약도 내세운다.

특히 악어는 특별한 공약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자신은 육식동물이지만 앞으로 풀만 먹는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육식이든 채식동물이든 무조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동물 대통합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드디어 투표하는 날, 동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투표를 했다. 이어 진행된 개표결과는 대 이변이었다. 악어조차 ‘믿거나 말거나’하며 내세웠던 공약이 먹혀든 것이다. 사자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악어는 초원의 왕으로 선출됐다.

초원의 왕이 된 악어는 곧 술수의 탈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친인척은 물론 맹종했던 측근들에게 장관 등 각종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누어준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가 오자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됐다. 물이 부족해 살 수가 없었지만 왕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몰래 국경을 빠져나가려던 가젤은 악어 병사들에게 잡아먹히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제야 동물들은 악어가 왕이 되기 위해 거짓 약속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뒤늦게 후회해 봤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속수무책 기다리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어리석게 잘못한 선택은 결국 자신들에게 불행한 결과로 찾아오는 게 세상의 이치다.

도올은 ‘깨인 자들이 투표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대죄를 저지르는 것이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하는 당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한다. 12월19일은 제대로 투표하는 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