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군수로 보은을 전국적인 대추 명품화 고장으로 성장시킨 그는 지난 2010년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이임식도 생략한 채 조용히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2년 전, 발발한 암으로 장기 투병해왔던 그는 다시 좋아지는 듯 하다 최근 암이 재발 전이되면서 짧고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고이 접었다.
군수 재임시절, 만났던 그의 인상은 일면으론 연약한 듯 보였지만 또 다른 일면에선 다부진 강한 면모도 엿보였다.
그의 업무용 탁자 위에는 늘 상 대추를 쪼개 씨를 빼고 건조시킨 대추제품이 커다란 봉지에 가득 놓여있었다.
누구를 막론하고 군수실을 방문하는 내방객에게는 대추음료와 한줌 꺼내 건네주는 건조대추는 당도가 뛰어나고 식감도 좋아 선물용으로도 아주 좋다고 칭찬들을 아끼지 않았다.
얼굴 한 면에 웃음을 띠고 보은 대추자랑을 해대는 대추군수의 직함답게 대추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운명 같은 것이 됐다.
이 세상에 나와 잘 살고, 못살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과오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 사람의 운명은 누구나 공통된 죽음의 길을 가고 있고, 가야만 하는 것이 철칙이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공평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이다.
그가 소신을 갖고 보은의 경제적 낙후성을 탈피시킬 ‘효자작목’으로 대추를 선택했다면 지금 그 대추로 인해 그의 공과가 매겨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그만큼 대추는 보은군민의 기대에 비례할 만큼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뚜렷한 반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대추산업이야말로 낙후되고 침체된 보은지역의 경제적 숨통을 터준 계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는 ‘억대’를 호가하는 대추 부농들이 많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호재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차례의 법정 공방도 뒤로 하고 그는 조용히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누구라도 살았을 때의 어떠한 과오가 있다해도 몸과 마음이 홀연히 떠나는 이 시점이 오면 그의 향기만이 남게 마련이다.
보은의 낙후성을 면하기 위해 보은대추산업육성을 목청껏 외쳤던 대추군수의 가는 길에 명복을 빈다.
남겨진 가족들과 그를 회상하는 보은지역의 군민들은 대추군수의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보은의 추진동력으로 자리 잡게 된 그의 대추열정이 오늘 다시금 생각나는 것은 오늘날까지 보은대추축제가 자리매김하여 보은의 농특산물 판매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수 재임시절, 물론 과오도 남겼지만 이렇게 남다른 치적을 남기고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 빛이 좋은 날, 멀고 먼 길을 떠나는 외로운 죽음 앞에 다시한번 명복을 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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