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난절, 왜 가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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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난절, 왜 가르치지 않는가.’
  • 최동철
  • 승인 2012.07.26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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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었다. 아직 멀었다.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는 칭송을 듣기에는 아직 먼 것 같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공장소와 시설을 이용하는데 따르는 질서의식이 전혀 교육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없고 불편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공공의식도 없다. 아이들이 오방난절해도 질서와 정리정돈을 가르치고 확인하는 선생을 아직 찾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한 소리씩 했을 법한 어른들도 요즘에는 묵묵히 불편을 감수할 뿐이다.

초등생들이 단체로 방과 후 교육을 위해 수영장을 왔다 가면 국민체육센터 라커룸은 난장판이라고 표현할 정도가 되고 만다. 어른들이 어렸을 적 신발을 잃어버릴까봐(?) 조심스레 한쪽구석에 벗어놨던 때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둔다. 자연스레 신발은 뒤엉켜 그야말로 오방난절이다.

수영장에서 나온 아이들은 더욱 개인주의다. 샤워장을 나온 아이들은 바닥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다닌다. 한 대밖에 없는 드라이어기 앞에는 전혀 줄을 설 생각이 없다. 그나마 고학년 생들이 저학년 생을 챙겨주기는 한다. 대걸레로 바닥을 훔쳐 흘린 물을 닦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부랴부랴 나간 뒤, 옷을 보관했던 바구니는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아 여기저기 뒹군다. 한 편 구석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바닥에는 쓰레기 따위가 흩어져 있다. 최종 뒷정리를 마무리하는 선생이나 학생은 한 사람도 없다.

가르침이 부족하다. 단체생활은 질서와 정리정돈이 우선되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차례로 입장하여 신발을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을 모두가 지켜보는 과정 중에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배운다. 수영만이 교육이 아니다. 학생은 언제 어디서나 질서의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 정리정돈이 생활습관화 될 수 있게 꾸준히 교육시켜야 한다.

병역의무를 마친 분들은 아마 어렴풋하게 기억이 날 것이다. 입대 첫날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군복 등 관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게끔 반듯하게 관물대에 정리정돈 하는 게 첫 번째이자 계속 주어지는 임무였다. 제대로 정리정돈을 못한 훈병, 생도는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한 평생을 살아가야 할 사람에 있어 질서의식과 정리정돈의 생활화는 이처럼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필수적 덕목인 것이다. 그래서 질서와 정리정돈 교육은 학교 내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는 바다.

경행록(景行錄)에 이르기를 나무를 잘 기르면 뿌리가 튼튼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서 마룻대와 대들보 감을 이룬다. 물을 잘 다스리면 그 물의 근원이 크고 세고 물의 흐름이 길어 관개에 이로움이 크게 된다. 사람을 잘 키우면 기상이 높고 식견이 밝아 충성스럽고 의로운 인물이 배출되니, 어찌 이와 같이 잘 기르지 않겠는가고 했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존경받는 랍비가 한 마을을 방문하여 그 마을을 지키는 대표자를 찾았다. 그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경찰관이나 수비대장이 아니었다. 랍비가 찾는 이는 ‘학교의 교사’였다. 교사의 가르침이 있음으로 인재가 나고 마을이 융성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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