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군수의 지혜로운 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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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군수의 지혜로운 용단’
  • 최동철
  • 승인 2012.06.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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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란 계속해야 할 때가 있고 부득불(不得不) 그만 두어야 할 때가 있다. 군정시책도 세상일과 이치가 같다. 그래서 ‘호국원 유치’ 건은 그만 두어야 할 일이었고 보은군은 그렇게 했다. 제 때 지혜로운 용단(勇斷)을 내렸다.
분열과 불신 그리고 갈등으로 대립했던 군민들은 이제 삿대질 대신 화합의 축배를 들게 됐다.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 굳이 따져 볼 필요는 없다. 모두 현명했고 누구나 승자가 됐다. 보은군민 만세다. 보은군 만세다.

‘호국원 유치’ 초기의 추진 과정과 포기선언 까지 일련의 진행과정을 짚어보면 왜 모두가 승자인지를 알 수 있다.
유치추진 초기인 지난 연초 읍면순회 이장회의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호국원이 유치되면 연간 120 만 명의 참배객 방문이 예상되고 이들이 조화를 사는 등 쓰고 먹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히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유망 성을 확신했던 듯하다. 따라서 일부 단체의 지원을 받아 지지 서명도 받는 등 유치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정작 호국원이 들어설 구인리의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자신들과 사전에 일언반구 의논조차 없었고, 예안이씨 조상들의 묘가 있는 선산인데다가 기름진 전답이 포함되고 또 관광보은군에 호국원이 들어서면 인식이 나빠진다 등을 내세웠다.

점차 유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측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호국원의 입지가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직접 진출입로가 가설되면 참배객들이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해 와 참배를 마친 뒤 곧바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몰랐던 서울 현충원, 대전 현충원과의 안장 등급차별성도 알게 됐다. 애초 찬성했던 이들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이때쯤 정 군수도 ‘유치 철회’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틀 후 보훈처에서 ‘확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확정을 자축할 수도 그렇다고 ‘철회’라고 발표할 수가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확정 소식과 함께 반대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읍내 곳곳 현수막 숫자는 불어났고, 구인리 주민들은 연일 시위를 벌였다.

난감한 것은 정 군수였다고 한다. 호국원을 보은군에 달라고 보훈처에 매달렸다가 막상 확정이 되자 이제는 못하겠다고 해야 하니 그럴 만도 했다. 판세를 뒤집을 장기, 바둑 같은 묘수가 필요했다.

노심초사 끝에 6개항의 건의사항을 내놨다. 철회를 위한 명분 쌓기였다. 당초 보훈처가 심사 때부터 호국원 유치와 관련해 어떠한 지원사업도 없다는 설명을 했었지만 못들은 척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사업내용과 예산이 결정되는 국책사업이 뭔지도 모르는 것처럼, 수용될 수 없는 건의를 했다. 계획대로 됐다. 보훈처는 건의내용에 대해 묵묵부답했다.
나머지 문제는 자존심이었다. 군수로서 판단착오를 인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 군수는 현명했다. 군민들이 원한다면 자신의 자존심은 얼마든지 접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에 그는 매우 지혜롭게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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