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 신비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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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 신비로움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2.05.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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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속리산국립공원에서 실시하는 시민대학을 수강하면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자연자원이고 국립공원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속리산국립공원을 사랑하는 모임 속리산 서포터즈에 가입하게 되었고, 지난주, 분기 모임에서 태안해안국립공원을 탐방하였다.
하늘빛이 내려와 초록빛을 띤 ‘만리포’의 바다와 관심이 많은 ‘천리포수목원’, 그리고 긴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남겨진 ‘신두리 사구’를 둘러본다는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출발하였다. 5월의 연초록빛이 끝없이 이어지고 하얗게 핀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차창을 스쳐갔으며 덤으로 풋풋한 신록과 꽃향기가 내 가슴으로 날아왔다.
정오가 조금 넘어 만리포에 도착하여 철석철석 파도치는 바다를 향했다. 그런데 바다에서 뿌연 색을 띤 것이 몰려왔다. 시원하면서도 가는 비를 맞는 느낌인데 이것이 물안개, 해무라 했다. 바다에서 맞이한 해무는 처음으로, 바다가 내게 성큼성큼 걸으며 밀려왔다. 이렇게 또 내 가슴 한쪽에 새로운 바다를 간직하게 되었고,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의 체온과 깊이를 마음껏 호흡하며 공유하였다.
해안가에는 만리포사랑 노래비가 있었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이렇게 시작되었고 또 3절에는 “수박빛 선글라스 박쥐양산 그늘에 초록빛 비단물결” 이런 가사도 있었다. 만리포를 널리 알리기 위해 1958년도에 레코드에 취입한 곡이라 한다. 노래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노래가 만들어지던 ‘그때의 만리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 어린이였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객지로 간 사람들은 그 후손들과 손을 잡고 이곳을 가끔 찾을까?’ 그 사람들의 가슴에는 만리포 바다의 넘실대는 파도와 햇살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으며, 고향의 포근함이 숨 쉴 것 같다. 내 눈앞에 그들이 바닷가에서 깔깔거리며 지칠 줄 모르고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내가 그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리워했다.
그리고 태안기름유출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만리포의 기적을 새긴 기념물도 있었다. 5년 전, 언론에서는 기름유출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어 바다를 터전으로 살던 사람들의 아픔이 연일 전해지고, 이어서 우리나라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바다보존과 복구를 위해 참여하고, 인간이 띠를 만들어 복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결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던 것이다. 이렇게 늘 슬픔은 우리들 삶과 공존함을 볼 수 있었다. 만리포에서 점심을 먹은 뒤, 천리포로 향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의미와 가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면상 생략한다.
신두리사구에 도착하였다. 처음 사구에 대해 아주 얕은 상식을 가진 난 모래성을 상상하기도 했는데, 태안해안국립공원 직원의 자세한 설명과 현장을 보면서 사구의 형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구는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바닷가에 작은 생물들이 볼록볼록 굴을 파놓은 것이 햇빛에 마르고 바람이 불면 육지 쪽으로 날아와 쌓인 것으로 육상과 해양의 중간단계에 위치하고 식물들이 서식하면서 일종의 자연 둑을 형성한 것 같았다. 그 역할은 큰 파도가 밀려와도 육지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는다고 했다. 이렇게 생태계는 자연 자체로 보호하고 생존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신두리사구는 무려 1만 5천년이란 긴 세월동안 만들어진 것으로 아주 커다란 구릉을 이루고 있었고, 지금은 물이 말랐지만 작은 습지의 흔적도 보였다. 그 곳에는 많은 식물들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 해당화가 곳곳이 보였다. 어느 곳에는 해당화 언덕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자생하고 있었고, 붉은 꽃의 향기가 바람과 함께 쾌적함을 가져다주었다. 내게는 지금도 눈앞에 그려지는 해당화에 대한 추억이 있다. 유년기를 보내던 고향집 담장 옆에 해당화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봄의 끝자락에 장미와 비슷한 향기를 갖고 빨간색의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꽃이라 했지만 어린 시절을 동해안에서 살았던 친정어머니는, 꽃 이름이 해당화며, 바닷가에 많이 있고, 꽃이 지고나면 노랗고 붉은 빛의 열매가 달렸으며 그것을 속을 파내고 먹었다고 하였다. 해서 나도 어린 시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구를 지나 신두리 해안 길을 걸었다. 백사장과 바다 사이에 서너 개의 조개 띠가 줄을 지어 있었다. 깊이 10~20cm정도에서 사는 이 조개는 밀물에 밀려와 썰물에 쓸리지 못하고 바닷가에 남는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처럼 평소 모르고 스쳤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비로운 자연의 법칙이 있고 존재의 의미를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는 탐방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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