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지른 물은 돌이켜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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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른 물은 돌이켜 담을 수 없다’
  • 최동철
  • 승인 2012.05.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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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의미의 복수불반(覆水不返)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주나라 문왕의 초빙을 받아 그의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상나라 주왕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했으며 그 공으로 제나라 제후에 봉해진 강태공(강상, 태공망)에서 비롯됐다.
즉, 강태공이란 사람은 때를 아직 못 만나 고향의 강가에서 낚시나 하며 세월을 낚던 아주 가난한 선비였다. 당연히 집안을 돌볼 능력조차 없었다. 무기력한 남편의 모습에 진저리친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다.

그 후 강태공이 출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아내가 다시 돌아 왔다. “그 때는 너무나도 가난하고 힘들어서 떠나갔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돌아왔다.”며 다시 같이 살기를 원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강태공은 물 한 동이를 떠 오라고 한다. 그리곤 그 물을 땅에 쏟아버렸다. 그런 다음에 아내에게 물을 다시 물동이에 주워 담으라고 했다, 아내는 다시 담으려고 허둥댔지만 손에는 진흙만 잡힐 뿐이었다.
그렇다. 잘못을 만회한다는 것은 ‘복수불반’처럼 쉽지가 않다. 남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것 역시 간단치가 않다. 잘못한 일을 용서 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요즘 보은군내는 ‘호국원’ 유치 건을 둘러싸고 잘잘못을 들먹이며 시끌벅적 하다. 보은군 측은 반대쪽의 행동은 ‘잘못된 이해부족’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반대 측은 ‘군민의 의견을 무시한 잘못된 독단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읍내 곳곳에는 이와 관련한 각 단체의 입장이 표명되어 내걸렸다.
입지 예정지로 설정된 장안면 구인리 일대는 더하다. 마치 노사분규 현장을 방불케 하듯 살벌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혈서 같은 붉은 색의 문구가 온통 보은군수와 보은군 행정의 잘못을 탓하는 내용 일색이다.

결국 조금 더 나은 보은군을 건설해보자고 시작됐던 ‘호국원 유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 잘못을 책임져야 하는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잘못은 용서받기도, 해주기도 쉽지 않다. 특히 호국원 같은 영구적 시설은 한번 들어서면 물리기가 어렵다. 재삼 심사숙고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이유다. 그것만이 잘못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다.

따라서 자본주의 적인 시각에서도 검토가 요구된다. 현실로 호국원이 ‘생산적인 시설’이냐, ‘비생산적인 시설’이냐를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어차피 호국원 유치가 ‘존경하는 호국영령들을 우리 지역에 자랑스럽게 유치하자’는 숭고한 뜻만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더불어 낙후된 보은군의 ‘지역경제 보탬’도 목적이라면 실제로 생산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생산적이란 것은 화폐로 전환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학교시설 등은 당연히 생산적이 된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행위도 생산적 활동이다.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도 손해가 없다. 그런데 기름진 전답이 포함된 28만여 평의 넓디넓은 땅에 들어 설 10만 영령들의 안식처인 ‘호국원’도 이에 버금가는 생산적 시설이 과연 될 수 있을까... 용서받지 못할 엎지른 물이 되지 않기를 진정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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