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시대, 중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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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의 시대, 중립은 없다’
  • 최동철
  • 승인 2012.05.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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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예언자, 신앙인이었던 ‘단테 (Alighieri Dante, 1265~1321)’가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남긴 영원불멸의 거작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에서 인용된 것으로 와전된 명언이다.

실제는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2년 만에 암살당한 비운의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가 1959년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 선거연설에서 언급한 것이다. 그가 신곡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인용하면서 자신의 해석을 가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 묘역에도 새겨져 있다.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 지킨 자들을 그토록 비판할 수 있었던 케네디 대통령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인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성실히 지킨 기득권층이었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해 전쟁이 발발하자 곧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뢰정이 격침됐음에도 전우들을 구조해 전쟁영웅이 됐다. 대부호의 차남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는 그 지위에 걸 맞는 의무를 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중립’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용어로는 ‘중도’란 단어가 즐겨 사용된다. 비슷하지만 정치적 노선, 사상적 경향 따위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회색분자’라고 지칭한다. ‘기회주의자’도 있다.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TV드라마 ‘무신’에서 몽고군에 투항하여 충성을 맹세하고 조국 고려에 위세를 부린 홍복원, 조숙창 등을 꼽을 수 있다.

보은군에도 결단을 해야 할 중대한 현안이 발생했다. 다소 시끄럽고 편이 갈라지고 진흙탕 싸움이 될지언정 결판을 내야한다. 바로 ‘호국원 유치’문제다.
유치가 확정되면 추진한 위인들은 물론 찬성 쪽은 이후 보은군의 발전상을 거보란 듯이 으스대고 싶을 것이다. 반면 장안면 구인리 주민 등 유치반대 편 사람들에게 있어 작금은 ‘위기의 시대’일 수 있다. 결정 여부에 따라 후손 대대로 몇 대까지 이어질지 모를 영구적 혐오시설이 건설된다. 그래서 중차대한 이 현안에 중립은 없다. 비겁한 회색분자도 있을 수 없다. 보은군 주민이라면 반드시 명확하게 찬반입장을 밝혀야 한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다음과 같은 ‘죽은 자들의 땅’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그곳에선 탄식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이 별빛 없는 대기 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눈물이 났다.
수많은 언어들과 무서운 말소리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마치 회오리바람에 모래가 일듯이 영원히 검은 대기 속에 울려 퍼졌다.‘

결단해야 할 위기의 시대에 중립은 현실도피성 타협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든 저렇든 아무렇게나 상관없다. 양쪽 다 똑같다. 무조건 센 편 쪽... 혹시 더 뜨거운 곳에 가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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