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괴산군과의 유치쟁탈전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은군이 자랑스럽게 성과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호국원 유치’의 당위성 주장을 보자. 보은군은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호국원이 들어서면 연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게 돼 웬만한 국립공원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어떤 근거와 자료에 의해서 이 같은 엄청난 수치를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믿음 보다는 허황된 숫자놀음으로 비쳐진다.
지난 1월 보은군은 ‘충청권 최초의 화장 장려금 지원’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대대적으로 자찬한 적이 있다.
올 1월부터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자 장묘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즉 농지에 묘지 설치를 하지 않거나 이미 농지에 매장된 묘지를 개장하여 화장할 경우 등 조건이 충족되면 소정의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농업 군으로서 농지의 무덤화를 적극 예방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내세울만한 혁신이었다.
그러나 혁신정책도 곧 무색해질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 장안면 구인리 주민들은 농번기 일손도 팽개친 상태다. 조상대대로 이어 온 절대농지에 공동묘지 조성이 웬 말이냐며 연일 호국원 유치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율배반적 보은군 행정난맥상도 드러났다.
이번 집단민원 발생은 결국 의욕이 앞선 보은군 행정의 미숙함 내지는 의도적인 주민 무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공청회 등이 생략된 집행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애초부터 주민 의견은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됐다. 이에 기인한 논란이 확대조짐을 보이자 정상혁 군수가 부랴부랴 입장을 표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때늦은 ‘해명성 사후약방문’이 되고 말았다. 그 같이 뜻 깊은 유치배경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군민들에게 동의를 구했어야 옳았다.
상대방 입장이 무시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의한 일방적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때에 따라서 모순이 있는 주장이라면 신뢰마저 잃게 된다. 공권력이 실추되면 민주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건 바로 독재가 된다.
어찌됐든 보은군 유사 이래 삼년산성만큼이나 영구적이 될 가장 큰 시설이 유치된다. 아름답게 건설한다지만 혐오시설이다, 주민들은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적 큰 현안으로 대두됐다. 그런데 지역 내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묵묵부답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
군 의원들도 그렇고, 사회단체장들도 그렇고, 지역 발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선거에 출마했던 이들 역시 그렇다. 지역 내 논란이 일면 마땅히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다. 설사 싫어하는 상대라도 옳은 것은 옳다고 인정하고 박수칠 수 있어야한다. 또한 틀린 것은 같은 편일지라도 아니라고 말해야 합당하다. 괜한 일에 휘말릴까봐서 침묵하거나 참여를 꺼린다면 그것은 비겁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라면 최소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는 쪽에 서서 반대주민 또는 집행기관을 설득하거나 질타해야 한다. 결단의 시대, 사회지도층이 뒷짐 진채 있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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