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질’과 ‘신고(申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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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과 ‘신고(申告)’
  • 최동철
  • 승인 2012.03.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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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때가 하도 어수선산란한 때이어서 그러한지 ‘고자질과 신고’가 큰 대접(?)을 받고 있다. 선거부정은 당연이요, 학교 내 폭력은 물론 민간인사찰 등 권력남용, 익히 행한 편법, 탈법조차 고자질과 신고를 통해 둑 터진 듯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권력 속에 숨겨있던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나서 깜짝 놀라게도 하고 괘씸해서 주먹을 불끈 움켜쥐게도 한다.
고자질은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것이요. 신고란 법령의 규정에 따라 행정 관청에 사실을 진술,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더 간단히 하자면 고자질당한 사람은 후에 꾸중을 듣고, 신고 당한 사람은 후에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법집행기관에서는 ‘신고’를 독려하는 것이고 교육자들은 ‘고자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고자질과 신고는 별 차이가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어령비어령(耳懸鈴鼻懸鈴)’인 셈이다.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가 1843년에 쓴 ‘고자질하는 심장(The Tell-Tale Heart)’을 보면 ‘나’로 설정된 인물이 평소 자신의 심기를 거슬렸던 노인을 죽이기로 맘을 먹고 8일째 되는 날 해친다. '나'는 시체를 토막 내어 방바닥에 숨긴다. 그러나 노인이 죽을 때 낸 외마디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로 3명의 경찰관이 ‘나’의 집에 들어오게 된다. 증거도 없고, 전혀 동요하는 마음도 가지지 않았던 ‘나’는 노인의 방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의자까지 가져다주는 매너를 보인다. 경찰들은 더 이상 ‘나’를 의심하지 않게 되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신의 귀에 노인의 심장소리가 뚜렷하게 고자질하듯 계속해서 들려오자 감정이 격해진 ‘나’는 결국 경찰들에게 모든 범행을 자백하고 만다.

‘고자질’은 동서고금을 통해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짓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리스신화에서 이스키스가 오르코메노스 왕의 딸 코로니스와 결혼하기로 하였는데, 코로니스는 이미 아폴론과 사랑을 나누어 임신한 몸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까마귀가 아폴론에게 고자질했고, 화가 난 아폴론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화살을 쏘아 코로니스와 이스키스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곧 바로 코로니스를 죽인 것을 후회하게 된 아폴론은 고자질한 까마귀를 벌하여 원래 흰색이었던 깃털을 검은색으로 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육아학자 베리 브래질턴은 ‘어린아이가 고자질할 때 칭찬해서는 안 된다’고 특히 강조한다. 즉, 고자질하는 아이는 ‘친구의 믿음을 배신해야 하는가, 아니면 친구의 잘못을 모른 체해야 하는가’ 등 도덕적인 갈등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이때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라면 친구를 고자질하기보다 잘못된 행동을 고치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선거 때다보니 ‘돈 봉투’ 관련 언론보도가 종종 눈에 띈다. ‘모후보측으로부터 받았는데 신고했다’는 내용들이다. 우선 시대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아직도 매표행위를 하고 있는 후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한편으로 애당초 손사래 치며 큰소리로 호통을 쳐주었다면 주려던 쪽이 부끄러워 개과천선(改過遷善)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남기는 한다. 묵은 선거운동 조직, 방법 등에서 나타나는 온갖 폐단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운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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