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노와 자린고비
상태바
수전노와 자린고비
  • 최동철
  • 승인 2012.03.08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은지역 내에서도 돈 자랑하는 인물들은 많다. 이중 극히 일부 부자들은 지역사회 공동체를 위해 사재를 털어 좋은 일을 하기도 한다. 즉, 노인을 위한 의료시설이나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의 장학사업, 돈 안 되는 문화사업 등에 투자나 기부를 한다.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설 뿐 만 아니라 지역 내 대소사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선뜻 나서 처리하려 든다. 물론 개중에는 격과는 상관없이 고급스런 승용차를 타면서도 허례허식이 그득한 허울뿐인 사람들도 있다. 아니 어쩜 그런 부류가 대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돈 많은 부자들을 보면 ‘수전노일까, 자린고비일까’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간혹 있다.
수전노(守錢奴)는 돈을 모을 줄만 알아 한번 손에 들어간 것은 도무지 쓰지 않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같은 사람이다.
돈이 없는 신랑 ‘바사니오’의 결혼을 위해 친구 ‘안토니오’는 수전노 샤일록에게 돈을 석 달 동안 빌려 쓰는 조건으로 살 1파운드를 저당 잡힌다. 그 후 뜻하지 않은 파산으로 제 때 돈을 갚지 못하자 샤일록은 굳이 안토니오의 가슴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고 똥고집을 부린다. 그러자 자신들의 결혼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안토니오를 돕기 위해 남장을 하고 법정에 나타난 바사니오의 현명한 아내 포셔는 ‘피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으로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말고 정확하게 살 1파운드만 잘라가라’고 요구해 샤일록을 굴복시킨 이야기다.

세계적인 수전노, 구두쇠(돈이나 재물 따위를 쓰는 데에 몹시 인색한 사람)가 한 명 더 있다. 크리스마스 때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스쿠루지’ 영감이다. 역시 영국출신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다. 하기야 이 인물은 개과천선하여 후일 ‘자린고비’로 격상(?)된다.

자린고비는 야박할 정도의 검소한 생활로 재물을 절약해 모으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푸는 부자를 일컫는다.
음성에서 태어나 충주지역에서 살다 간 조륵이란 실제 인물은 신발이 닳을까 봐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신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어찌하나 보려고 대문 안에 북어 한 마리를 던져 놓았더니 ‘어느 놈이 밥 많이 먹게 하느라고 밥벌레를 갖다 놨다’며 거름더미에 파묻었다는 일화도 있다. 허나 이같이 재물을 절약했으나 조선 숙종 때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이 굶주리자 모은 재산으로 진휼(賑恤)하니, 호남과 영남 양도의 굶주린 백성 만여 명이 구제되었다고 한다. 그 후 자인고(慈仁考)로 불렸던 그가 죽은 후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인(린)고비(慈仁考碑)’라는 비를 세웠다.

최근 제천에 사는 미수(米壽,88세)의 박화규라는 인물이 100억 원 상당의 과수원 땅 등을 제천시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화제다. 30여 년 간 신문기자 생활을 한 그는 젊은 시절 푼푼이 당시로서는 값어치가 없던 땅을 조금씩 구입했다. 세월 덕에 이제는 돈이 된 그 땅을 농민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 건립에 써달라며 선뜻 내놓은 것이다. 존경스럽다.

기다려진다. 보은에는 이와 같은 인물이 언제쯤 나올까. 그때까지 살 수 있기나 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