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고 핏대 세운 변설(辨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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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고 핏대 세운 변설(辨說)
  • 최동철
  • 승인 2012.02.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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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 시설의 남성 간이 사우나 실. 벌거벗은 6~7명의 무리 중 한사람이 핏대를 세우며 정치적 소신(?)을 피력했다.
요약하면 이러했다.

‘보은, 옥천, 영동 남부3군의 역대 국회의원 중 타군 출신들은 보은군 발전을 위해 일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최근 선거시기가 가까워 오니 이 사업은 내가 했소, 저 사업도 내가 했다라고 외쳐 되지만 모두 웃기는 소리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지역을 위해 노심초사 일을 열심히 했던 사람은 어준선 밖에 없다. 그런데 보은사람들은 어리석게도 그를 낙선시켰다. 자기 지역 출신의 일 열심히 한 사람은 떨어뜨리고 타 군 사람을 지지했다. 그러하니 보은군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것이 바로 바보 멍청이 짓이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울분을 토하는 벌거숭이 이 사람의 주장에 벌거벗은 몇 사람이 동조의사를 표했다. 또 어떤 이는 “보은사람 중에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찾아봐요. 모두 잘났다고들 하지”하면서 부랴부랴 문을 열고 나갔다. 이어 비좁고 침침한 공간에서 너무 큰 고성이 울려 퍼진 탓인지, 아님 생뚱맞은 정치적 발언으로 썰렁해진 분위기 탓인지, 대부분이 뒤질세라 자리를 떠나 파장이 됐다. 한 편의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하긴 그랬다. 역사를 보면 아무리 힘세고 큰 외세가 쳐들어오더라도 똘똘 뭉쳐 단결하면 물리칠 수 있었다. 비록 침략세력보다 형편없이 작고 약했어도 민족의 근성인 은근과 끈기로 힘을 합치면 최후의 승리는 늘 우리 차지였다.

반면 흩어지고 서로 싸움질을 하면 먹혔다. 일본 군국주의가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고 있음에도 당시 위정자들은 ‘바람 앞에 등불’ ‘고양이 앞의 쥐’ 처지에 놓인 것도 몰랐다. 한술 더 떠 제 잘났다고 오히려 외국군대를 불러들여 서로 싸움질만 하다가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중국 속담에 ‘제 아무리 힘센 용이라도 동네 뱀한테는 못 당 한다’ 는 말이 있다. 즉 아무리 대세라 하더라도 외지에서 들어 온 힘은 토착세력에게 밀린다는 뜻이다.
환언하면 보은군은 옥천, 영동군에 비해 인적, 물적 측면 등 대부분에서 군세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것을 만들고 지키려는 의지와 단결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일례로 지난번 대선에서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명박 후보가 아닌 정동영 후보를 대폭 지지했던 것을 들 수 있다. 부화뇌동(附和雷同=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임) 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냈다는 점에서다.

사실 이정도의 탁견과 결정력이 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보은군의 인물을 남부3군 대표로 얼마든지 선출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국산품 애용’을 간절히 호소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는 몽당연필이더라도 ‘미제’를 갖고 있으면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 무조건 외제를 동경하고 우리 것은 무시했다. 일종의 사대주의였다. 벌거벗은 변설자의 말처럼 ‘보은사람이 보은사람을 무시하고 헐뜯는 냉소적 기운’이 은연 중 만연해 있다. 모두 노력해서 하루속히 환기해야 할 아주 나쁜 사회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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