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맞은 속리산유통
상태바
존폐 위기 맞은 속리산유통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2.02.23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리산유통회사 총회가 오늘 오후 2시 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흑자를 달성한 보은축협이나 새마을금고, 보은농협 등의 좋은 분위기와 달리 속리산유통 총회는 어느 해보다 찬바람이 쌩쌩 불 것으로 보인다. 어쩜 마지막 총회로 기록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총회 안건으로는 ‘2011년 결산 승인과 지속적 회사 운영 여부, 지속의 경우 새 이사진 구성, 반면 사업 포기 시 청산인 선임’ 등의 의제가 상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속리산유통은 지난해 최악의 영업손실을 냈다. 보은군과 농·축협, 영농법인, 농민 등 주주 1600명이 45억9900만원을 출자한 속리산유통은 설립 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설립 첫해인 2009년 19억 매출을 올려 1억6700만원 적자를 신고해 이듬해에는 74억 매출에 2억8000만원 손실을 입었다. 2011년에는 10억 원 정도 손실이 예상되면서 3년간 누적적자가 15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간이 갈수록 경영개선이 되긴 보다는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의 운영자금 지원을 감안 하면 실제 영업 손실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셈이다.
속리산유통의 초기 적자는 당초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유통의 특성상 출범 초부터 흑자를 내리란 예상은 누구도 하지 않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갈 길 바쁜 초창기부터 운영에 흠집을 내고 적자를 냈다고 걸고넘어지는 것도 조급증이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가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데 있다.
속리산유통은 올 초 사업 활성화 계획부터 부실했다. 농식품부 점검결과도 그렇고 실제 그랬다. 생산자단체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구체적 실천계획이 부재했다. 지자체 유통회사임에도 생산자단체와 통합마케팅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또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했음에도 이에 따른 대한 구체적 조치와 내용이 없었다.
산지유통센터 건립 및 서울 축산물 매장의 처리 등 사업에 대한 활성화 의지도 부족했다. 대주주가 의사결정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의지 또한 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속리산유통은 유통회사로서 반드시 필요한 산지유통센터 건립(사업비 35억원)은 자부담 30%에 대한 여력이 없어 사업을 포기했다.
지역에서는 속리산유통에 대해 체질개선을 원하고 있다. 산지유통과 소비지 유통의 혼재, 농협과의 불화, 색채 없는 인적구성, 실적 및 정부지원금을 의식하는 임직원의 의식, 농산물 유통전문가 부재 등 다양한 지적이 양산됐음에도 변화가 없다. 마로면 출신의 김기윤 변호사는 광고를 통해 ‘주주협의체 구성 및 보은군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속리산유통은 군민의 성원과 참여로 출범했다. 적게는 수십 만 원부터 투자한 소액주주와 농민 및 비농업인만도 1587명에 달한다. 주주들은 대주주인 보은군을 믿고 따랐다. 분명한 것은 실패하면 돈을 까먹고 민심도 지역경제에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서 지분 49.9%를 소유한 군의 확실한 태도표명이 요청된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지기 전에 속히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틀리지 않다. 당초 취지에 맞게 농업 군으로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뼈를 깎는 통찰 속에 명실상부한 유통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역할과 방향 정립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엉거주춤 넘기기보다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현명한 출구가 나오는 총회이길 바란다.
/김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