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출마자들의 공천을 받기위한 줄서기도 시작됐다. 정치에 갓 입문하는 신인들은 대세잡기와 줄서기가 관건이다. 어느 세력에 가담하여 인정을 받고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공천 획득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공천을 받아야 무소속 출마자보다는 수월할 수 있으며 또 당의 힘을 빌려야 당선 확률을 높일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대부분은 모름지기 줄을 잘 서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서기를 잘 한다는 것은 ‘설사 자신의 의지와는 다를지라도 순응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뉘앙스가 다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줄 잘 서기는 일본인들을 꼽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들 못지않게 줄 잘 서기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80년대 한국 주둔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존 A 위컴이라는 작자가 있었다. 그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이와 관련한 에이피(A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한국 국민들에게는 아직 적합하지 않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한국인과 한국 언론은 재빨리 이를 지지했다. 한국인은 쿠데타를 일으킨 반역자라도 지도자로만 세우면 무조건 따라간다. 한국 국민성은 쥐와 같아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줄지어) 따라갈 것이다”며 한국인을 쥐에 비유했다.
‘쥐와 같다’고 했으니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자신이 말한 쥐는 시궁창 쥐나 일반 들쥐가 아닌 북극에 사는 쥐, ‘레밍턴’을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빠져나갔다. 레밍턴은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때가되면 밤에 줄을 지어 빙벽에서 빙하로 떨어져 집단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일지는 몰라도 이런 한국인의 정서를 이용해 ‘한미 에프티에이(FTA)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당당은커녕 파렴치하게 비공개 변칙처리’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통과시키고 나면 쥐처럼 줄지어 무조건 따라올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하기야 386컴퓨터 시절 막무가내로 줄지어가는 레밍턴을 교량 등을 건설해 목적지까지 도착시키는 선의의 게임도 있기는 했다.
좌우지간 지역정가에서도 줄서기가 시작됐다. 누구는 ‘친 이계’에 속해있어 ‘주류’의 지원을 받는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대세인 ‘친 박계’에 연줄이 닿아 공천은 따 논 당상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한 누구는 부친의 지역구 승계를 위해 출마했다고도 하고, 이를 지원하기위해 일부 도의원, 군의원들이 줄지어 당적을 옮겼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있다. 이들은 ‘대세’에 줄서기를 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헌데 정작 당락을 결정짓는 유권자인 우리가 이들 각자의 뒤에 줏대 없이 줄서기 하고 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누가 옳다, 그르다’며 서로 간 핏대를 세우기도 한다. 우습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이들을 줄 세워야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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