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구상회 전 군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후임자를 뽑는 이번 선거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남부3군 선출직을 석권했던 자유선진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대신 그 자리를 후보명함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던 민주당이 꿰차고 등판해 한나라당 대 민주당 후보 간 격전장이 됐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선거였기에 내년 총선을 사전에 가늠해볼 수 있는 전초전적 성격을 지닌 선거이기도 했다.
선거에서 민심은 첫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의 최당열 후보를 택했다. 속리 마로 탄부 장안면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는 민주당이 내세운 최 후보(2048)가 기초의원 재수생으로 인지도에서 앞서 있던 원갑희(1696) 한나라당 후보를 352표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당초 원 후보는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었으나 후보등록 막판 한나라당으로 기수를 돌려 출마, 10%표차로 역부족을 드러냈다. 선거에 개입했던 주민은 “표차가 말해주듯 생각보다 힘든 선거였다. 최당열이란 후보를 지역구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힘이 세 네 배 이상 들어간 힘겨운 승리였다”고 토로했다.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패할 뻔한 선거였다며 이번 선거는 총선의 시험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는 표면적으로 두후보간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한나라당 심규철 전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용희 국회의원간의 대리전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냈다. 내년 총선에 배수진을 친 심 전 의원은 격전장에 머물며 원 후보를 지원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 의원도 선거기간 내내 속리산에 숙소를 정하고 막판까지 선거를 독려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남부3군 지역구 위원장으로 치른 첫 선거인데다 차기 총선 유력주자로 등장한 이 의원의 삼남 이재한 위원장도 선거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 후보 당선을 이끌었다.
이 의원이나 민주당 측 입장에서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승리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8일 경 선진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며 “3남인 이재한 민주당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상황에 부친으로써 자식의 당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민주당에 입당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었다. 앞서 이재한 위원장의 민주당 입당으로 군수가 선진당을 탈당하고 선진당 소속의 도의원, 기초의원 등이 줄줄이 민주당을 택한 데다 이 의원 또한 민주당 입당을 예고하면서 철새정치인, 지역구 세습 등 비난여론이 들끓는 과정에서의 승리였기 때문에 의미가 커 보인다.
어쨌든 이번 선거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겠지만 전후 흐름을 보면 보은지역의 정서를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 지역구를 세습한다며 선거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들 흔들었음에도 막상 표심은 다르게 나타났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재한 위원장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 조직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입지를 넓힌 선거가 된 반면 심 전 의원은 연패하면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를 위기에 처했다.
전국적으로 세습정치인들은 적지 않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남경필 의원 등 국회의원만 10여명에 달한다. 선대 후광을 입었는지 본인의 자질이 뛰어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명맥을 잇고 있고 이름값을 하고 있는 편이다. 남부3군에서는 5선인 이 의원의 저력이 아들 이재한 민주당 위원장에게 이어질지가 차기 총선에서의 승패 관건이라고들 한다. 권력승계 논란을 불편한 심기로 지켜보는 유권자들이 총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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