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자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때만큼은 세상만사가 온통 제 것이다. 그리고 당선된 데는 순전히 자신만의 실력과 ‘운’이 필연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실패는 없다, 탄탄대로뿐이다’는 믿음도 생긴다. ‘지지만 해준다면 지역발전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선거전 마음가짐은 벌써 등 뒤로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누군가가 “승리는 마약과 같다. 패배할 리 없다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귀띔해 주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리벙벙하게 초선의원 4년을 지내본 뒤에야 ‘아하! 의원생활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하고 감을 잡았는데 그만 재선에 실패하고 말더라”는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진자는 주변사람들과 마주하기 싫은 심정에 젖기 쉽다. 심지어 가족들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한다. 정신적 물질적 모든 것이 피곤과 부대낌으로 다가온다. 조금만 더 열심히 뛰어주었으면 당선됐을 것이라고 선거운동원들에게 야속한 마음도 든다.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다. 이 때 무너지면 끝장이다. 자신의 입신양명과 더불어 진심어린 지역발전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었다면 포기하면 안 된다. 어떤 이는 ‘선거 다음 날 긴장이 풀린 당선자가 시간적 여유를 즐길 때, 먼저 일어나 녹초가 된 몸으로 지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다녔다’고 한다. 물론 다음 선거에서 그는 당선됐다.
그래서 이긴 자와 진자의 길은 결국 같게 된다. 이긴 자는 장차 알게 될 ‘의원생활의 묘미’를 더 지속시키기 위해서 그 길을 간다. 진 자는 와신상담하며 다음 선거에서의 쟁취를 위해 그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은 선거기간 중 스스로 느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교양 쌓기 일 수 있다. 또 소인배처럼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큰 틀의 관점으로 교정하는 자기수양일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해 제대로 된 질문하나 못하고 지지부진하여 ‘무식한 의원’이니 ‘생뚱맞은 의원’이니 하며 존경은커녕 무시당하는 의원이 되지 않으려거든 뭐든 많이 읽어두어야 한다.
누차 지적과 건의를 하는 바지만 이긴 자건 진자건 틈을 내어 수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각종 사안과 고민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먼저 들어줘라. 그러다보면 각종 사안에 대한 지식이 자연스레 생긴다. 많이 듣고 잘 듣다보면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귀가 생긴다. 제대로 들을 줄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말 할 줄 안다. 말 품새는 어눌해도 상관없다. 한편 말미에 덧붙일 것은 선거기간 내내 서로 예의와 체면을 지켜주었던 만큼 이긴 자는 진자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겸손한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또한 진자는 유권자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여 승복할 것을 당부한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