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젊은 부모들은 이 가을에도 기껏 아이들과 함께 유원지에나 놀러가고 물건 사러 백화점엘 갈 뿐이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사주는 것(가능하면 비싼 것, 유명제품)으로서 대외적 자기과시와 대리만족을 추구함과 동시에 ‘훌륭한 부모’라는 것을 입증하려 든다. 아이들에게 인성을 가다듬는 문화적여건의 충족보다 계산적인 상업 성향부터 가르치려 한다. 하기야 현대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온통 돈 벌기에 둔다는 ‘배금(拜金)주의’시대가 아닌가. 맹자의 어머니가 그 시대의 조류인 ‘공부’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던 것처럼 지금의 부모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부모의 아이들은 출세만능 주의적 인물로 성장해 갈 공산이 크다. 우리 민족의 고유이념이라 할 홍익사상이나 이타행(利他行) 보다는 쟁취로만 모든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그것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포영화의 좀비들처럼 인성을 포기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컨대 아이들은 부모를 닮아가는 법이다. 자연이치가 그렇다. 생활태도도 닮고, 삶을 대하는 철학도 닮아간다. 이기적 부모의 아이들은 자신밖에 모르는 아이가 되고, 근검절약을 모르는 부모의 아이들은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자기물건조차 챙길 줄 모른다. 옳고 그른 게 무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의 판단이 편협 된 줄도 모른다. 이같이 무지한 부모의 자식들은 남의 입장을 절대 이해할 줄 모르는 신종 괴물로 자라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면 자신을 양육한 부모를 원망하거나 탓하게 될지 모른다.
이제라도 자식을 괴물이 아닌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줄 아는 ‘참된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다면 아이들과 손잡고 가을 나들이를 가라. 먼저 가까운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하라. 결코 책을 선택해주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도 읽을 책을 골라야 하고, 아이들도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주, 4차원, 심령과학, 아이돌 잡지, 동화, 시집 심지어 만화책일지라도 고른 책을 두말없이 사주라. 사온 책 읽는 재미에 빠지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묻기도 해라. 자연스레 아이들과 대화를 주고받게 되고 서로의 생각과 고민도 알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 깊은 정도 들고 평소에는 그저 지나쳤을 문제들도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 비틀즈의 명곡 ‘렛잇비(Let's it Be)'를 인용해 '순리대로 살면 된다’고 말해 줄 수도 있다. 서로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과 개성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자로 거듭나게 된다.
책 읽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도서관엘 가라. 도서관에 가본 적이 없는 부모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겠다. 아이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다면 도서관에 먼저 가서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게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 모든 책과 시설은 이용료가 없다. 무료다. 우스갯말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지식과 교양과 꿈과 미래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장소인데 굳이 기피할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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