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대추축제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뱃들공원과 임한리 솔밭 주변에서 열린다. 3일간 펼쳐지던 예년 때와 달리 올 해는 기간을 3배나 대폭 늘렸다. 모험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10일간의 축제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지루한 ‘무늬만 축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행사 주관 측의 이 같은 오랜 기간 행사경험은 전무하다. 아무튼 준비에는 여념 없이 최선을 다한 듯하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매일 각종 부대행사와 연계행사가 빽빽이 짜여 있다. 유명가수도 오고 텔레비전 방송도 온다. 제법 큰돈을 쓰면서 축제다운 축제를 정립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축제란 축(祝)과 제(祭)를 통틀어 말한다. 환언하면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제의(祭儀)를 일컫는다. 즉, 원래 성스러운 종교적 제식에서 출발했으나 유희성이 가미되면서 종교적인 신성성은 거의 퇴색되고 오늘날의 놀이문화 중심의 축제로 변화됐다. 그리고 이마저도 변모를 계속하여 작금에는 전시 판매 등 상업적 성향의 비중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특히 농촌지역 축제에 있어 문화적 요소는 이제 단순히 구색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밀려났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 중에 라오스, 태국 등 열대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삐마이’ ‘송쿠란 축제’가 있다. 갈증과 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는 건기 끝 무렵인 4월 중 하순경, 이들 국가들은 전국적으로 ‘물뿌리기’ 축제를 3일정도 연다. 이때가 되면 남녀노소, 도시와 농촌, 부자와 가난한 자 등 모두가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한다. 최신형 물총을 비롯해 플라스틱 물바가지로 무장을 한다. 밴이나 소형 트럭에는 커다란 물통이 실린다. 그리고는 시내를 돌며 행인들에게 물을 뿌린다. 상점마다, 마을 입구마다에는 마치 경연을 하듯 특유의 제스처로 춤도 추고 물을 뿌리며 손 인사를 한다. 축제기간에는 저음이 강한 리듬의 음악이 쉼 없이 흘러 들뜬 분위기를 고조 시킨다.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미소를 지며 얼굴에 가볍게 물을 뿌리거나, 목덜미에 찬 물을 쏟아 붓기도 한다. 당한 사람들은 그러나 거의 대부분 화를 내지 않고 감수한다. 상대에게 물을 뿌리는 것은 행운을 빌어 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축제는 충남 대천해수욕장의 ‘보령머드축제’를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통신사 미국 에이피(AP)통신이 '흥분이 멈추지 않는다! 축제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감탄하며 전 세계에 타전했던 만큼 성공했다. 머드축제는 동남아의 ‘물뿌리기 축제’처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또 재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찾는다. 밤늦게까지 현지인과 내방인, 외국인들이 서로 어우러져 열정과 자유스러움을 실컷 만끽한다고 한다.
성공한 축제란 결국 참관자들에게 어우러져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흠뻑 들게 한 것이다. 단순히 구경하고 대추 등 농 특산물만을 판매하는 상업적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하니 이번부터는 부담 없이 누구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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