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대회는 감동과 행복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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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대회는 감동과 행복이 있어야 한다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9.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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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시낭독회는 1952년 12월 한국전쟁 중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이화여대 가건물에서 ‘현역시인 33인 시낭독회’란 이름으로 열렸다.
김수영, 박인환, 노천명, 모윤숙 등 당시 부산에 피란 와 있던 시인 33명이 참여한 시낭독회는 2000여 명의 청중이 천막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게다가 밋밋한 스탠딩 낭송이 아니라 박인환은 담배를 피우면서 시를 읊었고, 김수영은 단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낭독을 했으며, 김규동 시인은 자작시를 다 읽고선 라이터를 꺼내 원고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당시 청중 가운데 고교생 김성우가 있었고, 그는 훗날 우리나라 시낭송 운동을 실질적으로 태동시켜 개척한 공로로 시인협회로부터 국내최초의 ‘명예시인‘이란 칭호를 얻는다.
보은지역에서도 제16회 오장환문학제 기간인 지난 22일 회인중학교에서 ‘오장환 시낭송대회’가 열렸다.
대전, 청주, 보은지역 등에서 모두 10명의 참가자가 나와 그동안 갈고닦았던 시낭송을 운율에 맞춘 감정이입으로 최선을 다했던 참가자들의 행복과 감동이 무대에서 배여 났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는 이날의 시낭송대회가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사가 공정성을 잃어버렸다며 이의를 제기해왔다.
3명의 심사위원 중 한 심사위원이 시낭송을 하다 막혀버린 한 참가자의 시구를 두 번 씩이나 알려주며 대회 진행을 한 것이란다.
물론 그 심사위원의 변을 들어보니 나이든 참가자가 긴장 탓에 시낭송을 하다 막혀 안타까움에 그리 일러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엄연히 시낭송 발표장이 아닌, 시낭송 경연대회장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면 심사위원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린 그러한 심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낭송대회 전 심사위원장이 이에 대한 주지사항을 말했다하지만 경연에 참가한 일부 낭송인의 마음은 행복하지도 않았고 감동의 장도 되지 못했다.
계속해서 이어져 가야할 ‘오장환 시낭송대회’가 이 일로 말미암아 이미지는 물론 심사기준에 대한 신뢰감에 손상을 입게 된 것은 불문가지다.
즐겁고 유익한 시낭송대회가 되려면 낭송인은 스스로 행복하고 청중은 근사한 자리에 와 있다는 자기 최면 하에스스로 알아서 감동을 느껴야 한다.
타 지역에서 열렸던 한 시낭송대회 참가기준에는 정시 한 편 및 자유선택시 한편을 암송 한다고 되어있다.
심사기준도 시 전부를 기억하고 암송하는가, 시구들을 정확히 암송하는가, 시인의 시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암송하는가, 시적 정서의 움직임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암송하는가 등이었다.
이제 16회를 맞은 오장환 시낭송대회가 전국에서 유명한 시낭송대회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살려 참가자 누구라도 행복하고 감동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시낭송의 보급운동을 해온 계간 ‘시 하늘’ 정기낭송회는 현재 162회 째를 맞고 있다.
오장환 시낭송회가 장수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참가자 누구라도 행복하고 감동 있는 무대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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