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는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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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는 감사를
  • 김정범
  • 승인 2011.09.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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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선선해진걸 보니 계절을 지나는 하늘을 가득 채우려는 가을이 이제야 시작 되는가 보다. 국화가 꽃망울을 맺고 있지만 금년은 추석도 예년에 비해 일찍 지나쳐 보내게 되었고 늦더위도 계속되고 있다 보니 어저께까지만 해도 한여름인 것만 같았다.
어느 때는 계절의 흐름이 내 삶의 시간과 공간을 추월 해 가고 있는 것 만 같아 알지 못 하고 지나쳐 버릴 때가 있는데 이는 마치 옛 로마의 율리우스 역(달력)을 현행 그레고리 역으로 바꿀 때 시간의 공백도 없이 날짜를 뛰어 넘어 간 것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의 한 토막을 잃어버린 것 만 같은 허전함에서 이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되고 보니 잊고 있던 세월의 한 자락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금년처럼 비오는 날이 많고 늦더위가 지속 되어 여름이 길어진 해도 그리 흔치는 않은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가 되고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뚜렸 해 지는 현상이 수십 년 내에 이루어 질 것이라는 염려의 목소리도 있고 보면 금년의 기후가 이러한 기상 변화의 문턱을 넘어 선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된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일이나 채소류 등의 작황이 좋지를 못하여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를 못하고 가격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여기에다 수산물이나 생필품 값도 치솟다 보니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새나오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자주 실감하게 되는 고추 값은 예년에 비해 3, 4배나 올라 건 고추 한 근에 2만원을 상회하고 있으니 이는 유례없는 가히 파동이라 할만하다. 물론 고추 농사를 잘 한 이들이야 더 할 나위 없이 좋고 또 농산물을 제값 받지 못하던 농민들의 한 풀이가 되었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모든 상품은 적정 값으로 거래 되어야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마음에 부담이 없는 것이기에 큰 폭의 가격 변동은 등락 간 좋은 현상이 아닌 것 만 도 사실이다. 전 같으면 이맘 때 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고추 구매를 부탁 해 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구입 해 주었는데 금년에는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부탁을 들어주지 못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농산물 값이 너무 비싸게 되면 농사를 하지 않은 이들이나 실패한 이들은 괴리감으로 농촌 인심도 야박 해 지게 마련이고 추후 과잉 생산으로 인하여 값이 하락 될 때에나 적정선에 이르더라도 허탈감감에 빠질 수 있기에 어떤 경우이든지 마음을 추스려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것은 추석을 전후하여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맑은 날씨가 계속 되어 줌으로 들판은 누렇게 벼들이 익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황금벌판을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유수 형성기에는 비가 계속 되고 너무 많이 내려 흉년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많았으나 그래도 이삭이 영글어 가면서 고개를 숙인 모습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야 정부 수매 벼 한 포대 값이 고추 3근만도 못하다고 어느 누가 비아냥을 해도 또 쌀값은 생산성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데 뭐가 그리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냐고 물으면 대답 할 말이 좀 궁색 해 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쌀은 우리에게 있어 우리의 몸속에 생명이 존재하게 하는 양식이기에 이 사실 하나 만으로 라도 소중 한 것이라 여겨져 감사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기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배고픈 서러움을 모르고 살고 있기에 양식의 소중함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생애의 절반을 가난과 굶주림으로 살아오며 어려운 세월을 경험한 이들의 마음은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어지기에 주저하지 아니하고 감사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 저쪽 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보릿고개보다도 더 참혹한 굶주림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가깝게는 우리 한반도의 북쪽서도 먹을 양식이 모자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는 정말 이 땅의 은혜로 이 가을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안함과 풍요로움에 감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가을에는 감사 해 보자,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제 수확을 하게 되면 우선은 내 가족이 되겠지만 또 어느 누구의 양식이 되어 줄까? 바라기는 어려운 이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 본다.

/김점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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