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만 상대하는 교만한 위인(爲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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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만 상대하는 교만한 위인(爲人)들
  • 최동철
  • 승인 2011.09.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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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공자가 말하길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뵌다'라는 뜻의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라 했다. 외출할 때와 귀가했을 때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비유하는 고사 성어다. 예기의 ‘곡례(曲禮)’ 상편에는 부모와 연장자를 대하는 도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무릇 사람의 자식 된 자는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행선지를 말씀 드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의 얼굴을 뵙고 돌아왔음을 알려 드려야 한다. 노는 곳은 반드시 일정하여야 하고, 익히는 것은 반드시 과업이 있어야 하며, 항상 자신이 늙었다고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나이가 두 배 많은 사람을 대할 때는 부모처럼 섬기고, 10년 연장자를 대할 때는 형처럼 섬기고, 5년 연장자를 대할 때는 어깨를 나란히 하되 뒤를 따른다. 다섯 사람 이상이 한 자리에 있는 경우에 연장자의 좌석은 반드시 달리 하여야 한다.(夫爲人子者, 出必告, 反必面. 所遊必有常, 所習必有業, 恒言不稱老. 年長以倍則父事之, 十年以長則兄事之, 五年以長則肩隨之. 群居五人, 則長者必異席)"

예전, 선출직 보다 임명직이 훨씬 많았던 90년대 초반 이전에는 이른바 ‘신임(부임)인사’ ‘이임인사’라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있었다. 임명권자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인사는 제일 먼저 언론기관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각 부서를 돌며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철학과 소신, 업무에 임하는 각오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곤 했다. 언론사는 또 이를 ‘내방인사’ ‘오신손님’란에 게재하여 위상을 높이는 한편 짤막한 인터뷰 기사 등으로 답례해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이 같은 관례는 당사자에게 있어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효과와 함께 자신에 관한 프로필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오보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요즘, 도대체 어떤 인품의 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언제 왔다 갔는지 대부분 알 수가 없다. 정계에 입문한다는 위인들도 그렇고 1~2년 있다가 타 지역으로 옮겨가는 각급 기관 단체장도 그렇다. 세상이 변하여 드리는 인사는 싫고 받는 인사만 좋아하는 풍토가 됐다. 그런데 얼마 전 청주에 있는 충북도청 기자실로 정치에 갓 입문한 이 아무개라는 한 위인이 인사를 갔던 모양이다. 민주당에 입당했으며 차기 총선에서 보은, 옥천, 영동 남부3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한 지역발전에 대한 구상도 밝히고 출신배경을 트집 잡으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끝이다. 자신의 출마 지역구 중 한군데가 될 보은지역 언론사 등에 들러 인사를 겸한 소신을 밝힐 줄 알았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 아직은 이 아무개라고 밖에 호칭할 수 없겠다.

박 아무개라는 위인도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을 거쳐 차기 총선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위인도 큰물만 상대하기는 매한가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담소를 나눴다는 등 소문은 무성한데 어떤 됨됨이를 가진 위인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리인인지 매니저인지는 그저 ‘훌륭한 사람’이라고 나팔 불고 다닌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출마하려는 위인들 대부분이 사회적 큰 직책을 갖고 있는 바쁜 거물들이어서인지 지역에서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조언을 하고자 한다. 남부 3군 민심을 국정에 대변할 정치인이 되려한다면 최소한 지역구 내 언론사를 방문해 자신을 제대로 알려라. 신문을 구독해서 지역의 돌아가는 물정을 알려고 노력해라. 그다음에 비로소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 뒤 큰물을 향해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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