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무지렁이를 화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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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무지렁이를 화나게 하는 것들
  • 최동철
  • 승인 2011.06.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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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에서는 케이비에스(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합심하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날치기 처리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 안건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무슨 구국의 결단도 아니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의 대의명분도 없는데 강행처리하려는 여당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꼴사납다.

그런데 보은군 지역사회에서는 KBS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별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쩜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는 큰 도시사람들의 일쯤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KBS수신료’청구서를 직접 받아본 적이 없어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매달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전기요금 청구서에 포함이 되어 있어 전기료를 결제하면 자동으로 수신료를 내게 된다. 바쁘게들 살다보니 의식 속에 KBS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게 없을 뿐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도시와 농촌 간 차이가 없이 가치의 비중도가 똑 같은 것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내년 12월19일 치러질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한 표’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 또는 부자의 한 표나 촌무지렁이의 한 표나 그 가치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똑같다. 내 한 표로 인해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는 농촌유권자의 가치는 폭락하고 만다. 당선자의 관심과 공약이행은 도시 유권자 위주로 진행되는 게 다반사다.

또 하나는 KBS수신료다. 우리나라 대그룹 총수의 대형 디지털 텔레비전이나 보은군 홀몸노인의 아날로그방식 소형 텔레비전이나 수신료는 똑같은 월 2,500원이다. 오히려 대도시는 실내안테나만 있어도 시청이 가능하지만 보은군은 실외안테나를 세워도 시청이 대부분 불가능한 난시청지역이다. 그래서 별도의 돈을 매월 지불하며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을 이용해야 만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신료를 이중으로 지불하는 격이니 농촌에 혜택은커녕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중과세 방식과 다름 아니다.

또 있다. 한 달 이상 집을 떠나 여행을 했다 치자. 전기료는 당연히 기본료나 사용한 만큼만 청구된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켜거나 본 적이 없는데도 KBS수신료는 100%내야한다. 물론 KBS방송을 시청했건 하지 않았건 텔레비전이 있으면 무조건 수신료를 내야 된다. 선택권이 없다. 한나라당과 KBS는 이런 부조리 등을 먼저 시정하려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각 가정에 월 1,000원의 부담을 조속히 가중시키려고 서두르기만 한다.

KBS는 지금도 연간 430~690억 원씩 흑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신료 인상요인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소위 보수언론에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했다.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을 통하여 뉴스·드라마·교양,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할 수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 대선 때에 TV방송의 진가(?)를 발휘할 모양새다. 문제는 한정된 광고시장에 TV방송사가 우후죽순 늘어났다는데 있다. 수신료를 인상하고 KBS의 광고의존도를 줄여 광고재원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즉 촌무지렁이에게 준조세격인 수신료 부담을 가중시키더라도 일부 재벌언론들은 더 배부르게 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그래서 부아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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