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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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농심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6.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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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제서 지역의 애타는 농심들이 마치 비가 오지 않아 타들어가는 땅바닥의 아우성 같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수확기에 접어든 배추농가들을 잠 못 이루게 하고 있다.
이미 수한·마로·산외·내북면 등 배추작목반들이 과잉물량과 가격폭락에 따라 수확여부를 놓고 처절한 갈등을 하고 있다.
실례로 21일 수한면 동정리 소재 한 배추작목반원은 근심으로 검게 타버린 초췌한 얼굴에 낫자루를 들고 애꿎은 풀만 쳐내며 한숨만을 내쉬었다.
이들 오정채소작목반은 작년 6월 경북 영주의 모 김치업체와 계약재배를 위해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그동안 한 푼의 계약금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품종불량’이란 이유를 들어 지난 20일 계약업체 전무로부터 배추를 납품받을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마을의 9개 작목반원이 함께 한 이번 계약재배 면적은 모두 4만9587㎡로 그것은 이미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배추가 아닌 자식들의 등록금이었고 절박한 생명줄 같은 것이었다.
최근에는 채소작목반들이 식부 면적을 결정하기 전 식품제조업체들과 사전 계약재배를 유도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 밭작물 경작으로 판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을 했을 경우 농민에게 고수익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관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작목반들이 식품업체와의 계약 시 계약상의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역 업체가 아닌 타지 업체들은 그것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계약금을 차일피일 미루며 주지 않는 등 법적문제를 피해 이득을 보려는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곧 천심’이라고 했다.
뜨거운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땅을 생명줄 삼아 농작물을 가꿔내는 그들의 노고가 바로 천심이다.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일부 식품업체들의 횡포는 법적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계약금만 주고도 계약자유 해제가 가능하다는 법망을 피해 농민들을 우롱한 타 지역의 김치공장의 얄팍한 상술이 바로 식품업체라는 데서 더욱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감히 농심을 울리고 스스로의 이익만을 획책하는 이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부 제조업체의 빗나간 상행위야말로 비난받아야 한다.
“재배한 배추는 딸의 등록금을 마련할 길인데 이제는 어떡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며 배추밭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는 농부의 마음을 지원할 지자체의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이번 배추파동은 자연재해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밭작물을 잘 가꿔놓고도 하늘만을 바라보며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생지옥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원활한 지역유통 마케팅은 바로 이런 때에 필요한 것이다.
농산물에 대한 예측부족으로 농민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바로 군 차원에서 타지로 판로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물론 판로개척은 농민들의 수익을 위해서다. 농민들이 잘살 게 될 때 비로소 잘 사는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봄배추 파동은 바로 민·관 모두에게 큰 교훈이 돼야 한다. 농민들이 계약재배 시 반드시 전문가들의 식견으로 예측한 전국 농산물 생산량이나 가격 형성을 예측하는 지표 마련에비추어 결정하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향후 농촌이, 농민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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