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보은 정보 고에서 열린 ‘6.3 농아인의 날 기념식 및 충북농아인 한마음 체육대회’ 행사장에도 그들이 있었다. 그들 중 특히 그는 행사가 시작된 초반(농아인의 행사여서 일반인 행사장에 비해 조용함. 대화가 말이 아닌 수화로 이루어지니까) 내년 총선의 유권자들인 보은, 옥천, 영동지역 참가자들 좌석을 두루 돌며 손 내밀기에 바빴다. ‘안녕 하세요’라는 기본 수화를 익히는 매너조차 없었던 듯 했다. 하기야 우린 잘 모를 수 있겠다. 말 한마디 나누진 못했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도장을 꽝 찍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여하튼 그는 사회자의 내빈소개 때 탤런트처럼 큰 제스처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본격 식전행사가 시작되려하자 제 할 일은 이미 끝났다는 듯 유유히 빠져나갔다. 영국의 명 수상 처칠이 유능한 정치인에 대해 ‘거짓을 사실처럼 말 할 줄 알고, 들통 난 거짓말을 잘 무마 할 수 있는 능력자’라고 했다던가. 결국 훌륭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 부끄러움인지 몰라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그의 행동거지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동조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동양 5성현 중 한명인 증자의 ‘열사람의 눈이 바라보며, 열 개의 손이 손가락질을 하니 그 아니 무서운가’라는 ‘십목소시(十目所視) 십수소지(十手所指) 기엄호(其嚴乎)’라는 대학(大學)의 성의(誠意) 장에 나오는 비교적 난해한 문장이 있다. 이 부문을 중국이 낳은 세기의 천재 신동 강희장(江希張)이 9살 때 풀이했다는 ‘사서백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한번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이 보이지 않는 물결의 파장이 되어 위아래 앞뒤 할 것 없이 전 우주로 퍼져나간다. 퍼져 나가는 대로 그곳의 모든 천지 신령들의 눈과 손이 그 파장을 통해 그것이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인가를 눈으로 지켜보고 손으로 손가락질 할 것이니 그보다 더 무섭고 겁나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즉 자기 혼자서 하는 일이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므로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맹자의 ‘ 행유부득자(行有不得者) 개반구저기(皆反求諸己)’ 라는 가르침도 있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고 그에 대한 보답을 기다렸으나 기대 밖의 결과가 나왔다면 자기 자신의 행실에 대하여 돌이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법이 적용되는 선거기간 전후가 아닐지라도 인사치레도 못할 정도로 베풀지 못하게 묶어버린 어찌 보면 과도하다 할 ‘공직선거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도내 각 시군 농아인이 참석한 행사장에 수박 한 덩이 들지 않고 빈손으로 와서 표 구걸만 한다는 것이 ‘품바’가 타령 후 걸식하는 것보다 당당하지 못했다. 남의 잔치에 숟가락만 들고 와서 훼방만 논 꼴이니 가히 점잖은 모습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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