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꾸짖는 데는 총명하다. 그리고 제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자기를 용서할 때는 어리석다’
중국 송(宋)나라 때의 명신(名臣) 범순인(范純仁)이 제자들을 깨우친 데서 비롯된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이라는 성어(成語)다. 즉 남을 꾸짖는 데만 밝고 자기의 잘못이나 허물은 무조건 눈감아 버리려는 인간의 속성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 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따라서 그는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저절로 성현의 지위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반성보다는 남을 꾸짖는 데만 능숙해져 가고 있다. 정치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최근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혐의로 사직서를 제출한 감사원 은진수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직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며 ‘격노’했다고 한다. 검찰에 긴급 체포된 은 전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 등을 지낸 바 있어 핵심측근으로 불리며 감사위원 내정당시부터 보은인사라는 비판여론이 비등했던 인물이다.
지난 4.27 재 보궐선거 강원도 지사에 출마했다 낙선한 엄기영 전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 원인을 “국내 최장수 앵커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사실 앵커 출신으로서 말과 단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않고 정제된 표현만 하다 보니 전달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거 막판에 터진 강릉 ‘불법 콜센터’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 때문에 한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한 사건으로 흔들리는 지지세라면 사상누각이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보은군에도 야단만 칠 줄 아는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찌 보면 가관이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마치 구한말 야심을 품고 동북아의 노른자위 땅, 한반도를 침탈하려 동쪽서쪽에서 잔뜩 몰려와 이리 해라 저리 해봐라하고 강요했던 못된 놈들하고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요즘 시쳇말로 한번 듣도 보도 못한(듣보잡) 외지 단체 대표들이 엄연한 남의 자치단체로 몰려와 학교급식이 어떠니, 보은군의회 해외연수가 어떠니 하고들 시비도 걸고 야단도 친다. 또 지역의 한 언론은 그것이 정도인 냥 ‘성난 군민들과 지역사회단체가 보은군의회로 몰려갔다’고 장단을 맞춰준다. 찾아보고 손을 꼽아 봐도 십여 명 안팎인데 그들이 지역사회단체를 대표하고 수많은 군민들이 항의하는 것처럼 비쳐지게 한다. 이를 과잉보도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언론의 보도행태는 과유불급(過猶不及)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지방자치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던가. 이의 실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행정을 그 지방 주민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처리하는 제도다. 외지세력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간섭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혹자가 이들의 힘을 빌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듯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 해서도 안 된다. 보은군은 보은군민들 의사에 따라 스스로 꾸려나가야 한다. 해도 우리 손으로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다. 꾸짖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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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랑 관광이랑 차이점은 아시나요?
아이들에게 바른먹거리가 뭔지는 아시나요?
범순인도 아는분이 왜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