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상태바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1.05.19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찌 보면 세상인심은 참 야박하다. 하기야 자신의 이해관계와 얽혀있으면 손바닥 뒤집듯 순식간에 180도 변하는 게 세태이기는 하다. 또한 이 같은 사회상이 하필 최근에만 있는 시대정신이겠는가.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염량세태 (炎凉世態)라고 하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더 좋은 민주주의연구소’(소장 백원우 국회의원)는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무작위 자동응답방식(RDD)으로 990명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역대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 1위에 박정희(57.5%). 2위 노무현(47.4%), 3위 김대중(39.3%)전 대통령 순으로 지지받았다. 반면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은 1위 노태우(83.4%), 2위 김영삼(78.2%)전 대통령 이었고 3위는 놀랍게도 현직 이명박(72.2%)대통령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다시 뽑겠다.’는 의견이 16.1%로 전두환(22.0%) 전 대통령보다도 지지도가 낮았다. 이 대통령보다 ‘다시 뽑겠다.’는 의견이 낮은 순위는 이승만(14.2%), 김영삼(7.9%), 노태우(3.1%) 전 대통령 순이었다. 전·현직 대통령 중 가장 호감가는 인물을 선택하는 단순 호감도 조사에서도 박정희(31.9%), 노무현(30.3%), 김대중(19.8%)전 대통령 순이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7.6%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불명예스럽게도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1위를 차지한 노태우 대통령의 6공화국은 공과(功過) 양 측면에서 일희일비하며 양편 모두의 인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6·29선언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이 여·야 합의로 발의되어 국민투표로 새 헌법이 확정된 것과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공이다. 그러나 ‘여소야대’로 인해 처리해야 했던 5공비리 청산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 등은 동지를 적으로 돌리는 등 스스로를 옥죄게 했다. 이를 벗어나려고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이 합당했다. 스스로를 ‘물과 같은 통치자’라고 했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다.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2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반민주, 쿠데타세력과 손잡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랜 민주투사로서의 이력에도 흠집을 냈다. 국민들의 비판적 정서는 총선으로 이어져 급기야 정국은 또 다시 ‘여소야대’가 되게 했다. 겉치레에 치중한 무분별 정책추진과 방만한 국정운영은 국고를 텅텅 비게 만들었고 결국 IMF(아이엠에프) 사태를 불러왔다. 기업은 줄도산 했고 많은 국민은 실업자가 됐다. 또한 빚더미에 올라앉았으며 수없이 많은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 3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을 유보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왜냐하면 이 대통령은 현직에 있고 또 현실세계에 있는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현 국정을 평가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0.7%,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4.1%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에 선정되지 않으려면 어떤 통치를 해야 할까. 선승으로 깨달음을 얻어 세상 이치에 통달했던 고려 초기 승려 윤다(允多)는 태조 왕건에게 “통치자는 국가와 백성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아뢨다. 인도 최초의 통일제국을 건설한 아소카왕도 이미 까마득한 기원전 273년에 “종교들 사이의 소통은 선한 것이다. 다른 이들이 따르는 가르침에도 귀 기울이고 존중하라. 법률은 한결같아야 하고 판결은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보편적 법치를 중요시했다. 아울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우물을 파고 쉼터를 짓고 물이 흐르는 곳을 만들어 모든 짐승과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라’며 보편적 복지도 내세웠다. 별 어려운 것이 없다. 그런데 못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