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바짝 차려도 어려운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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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바짝 차려도 어려운 판인데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1.0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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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는 지난달 말 2010년 3차 추경예산안 97억1000여만원을 편성하면서 12월에 필요한 직원 인건비 26억원 중 13억원을 책정하지 못해 6급 이상 직원 193명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대전시와 협의를 통해 지난년도 집행 결산에 따른 시비보조금 반환금 12억9000만원을 다음 연도로 유예해 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임금체불 사태를 막았다.
동구가 직원들에게 임금조차 주기 어려운 정도의 재정위기를 불러온 것은 대형 사업의 무리한 추진이 주원인이란 진단이다. 민선 4기 들어 신청사 신축과 동주민센터, 문학관, 국제화센터, 중앙시장복합빌딩 등 1200억원 규모의 사업 남발이 이 같은 사태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대전 동구의 2010년 예산규모는 2302억원, 재정자립도는 12.2%로 보은군과 엇비슷해 관심이 더 쏠린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과 친인척, 측근들의 부패와 화려한 신청사 건립으로 이목을 끌었던 성남시는 판교특별회계에서 5200억원을 차용, 일반 예산으로 사용한 것이 빌미가 돼 지불유예를 선언하게 됐다. 도비와 국비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대형사업을 추진한다면 빠듯한 살림에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이들 지자체가 시사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재정여건은 시 보다는 군이, 인구가 적을수록 열악하다고 한다. 충청리뷰가 지난해 충북도내 시군의 세입 세출 예산을 분석한 결과 6개 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은군은 특히 지방세에 세외수입을 합하더라도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어 직원 급여까지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재정사정이 취약하다.
지난해 충북도 12개 시군의 자체수입은 지방세 1조 1818억 8300만원과 세외수입 5170억 1100만원 등 1조 6989억 9400만원이며 공무원 인건비는 5793억 9300만원이다. 충북 전체로 보면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고도 남지만 시군 편차가 커 보은, 옥천, 영동, 증평, 괴산, 단양 등 6개 군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세외수입까지 합해야 겨우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보은군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쳐도 인건비의 25억 8800만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총 예산 중 자체수입의(지방세에 세외수입) 비율로 나타내는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바닥이다. 2010년 기준으로 보은군은 12.1%로 오랫동안 도내 최하위란 불명예 기록을 달고 다닌다. 직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지자체에서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한낱 꿈이다. 아니 지자체로서 존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빈약하다. 보은군이 지자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 지자체 보다 배가 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특히 공무원과 지도층의 분발이 요구된다.
공무원은 군 최고의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이 복지부동한다면 다른 곳에 기댈 곳이 없다. 그저 스치는 지역으로 대충 시간 소비하는 곳으로 가벼이 여긴다면 군 미래는 고사하고 장차 생계유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게 군의 현실이다. 지역의 지도층 또한 자리유지나 실속 챙기기에 연연하다보면 민심을 잃고 몰릴 수 있다. 보은의 사정이 이것저것 봐줄 여유가 없는 딱한 처지임에도 인사철 보은군을 ‘보은의 자리’나 정실인사 정도로 인식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치우친 시각이라도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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