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커리차 무료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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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차 무료로 드립니다"
  • 송진선
  • 승인 2001.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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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리면, 속리산서 보은인심 선물
치커리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은“얼마간 하다 말겠지”하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큰 오산이다. 처음 99년 9월경속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보은의 인심을 선물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벌써 1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공공 근로요원들인 아주머니 3명이 교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단 한 명의 관광객에게도 정성껏 치커리 물을 제공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보은의 인심을 선물받은 관광객들은“보은의 인심이 이렇게 훈훈할 수가 없다”며 고마워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거운 물주전자를 들고 다니는 아주머니들도 기분이 좋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치커리차를 무료로 제공하게 된 계기는 속리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날씨 여하를 떠나 가져온 도시락을 정이품송 주변에서 먹는 일이 계속되자 그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이용해서 달인 따뜻한 물을 그냥 주자는 아주 단순한 의미에서 출발이 된 것이다.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한 치커리차 무료 제공은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하지 않은 아주 고마운 보은의 인심을 선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물도 아니고 따뜻한 물이고 또 치커리, 영지버섯, 대추 등 몸 보양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들을 혼합해서 끓여낸 물 이다.

추운 날씨에 차가운 밥을 먹는 관광객들은 금방 목이 메이게 마련인데 이때 따뜻한 치커리 물은 십년이나 묵은 체증도 가시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주 추운 겨울, 아주 더운 여름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은의 인심을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은 정이품송 옆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관광객이 뜸한 때는 하루 5.4ℓ(3되가량)정도 나눠주지만 관광 성수기인 봄철과 가을철에는 하루에 18ℓ(1말)짜리 들통으로 16통을 끓여내기도 했다.

취지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처음에는 물을 파는 것 인줄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치커리차를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일일이 설명하고 또 속리산을 자주 찾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듣고는 관광객들은 또 오겠노라고, 인터넷에 띄워 전국에 알리겠노라고 할 정도였고 군청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전화가 괘도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아주머니들을 붙잡고 고맙다며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기도 하고, 음식을 싸 가지고 와서 먹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또 보온병이나 페트병을 가지고 와서 물을 담아달라는 관광객들도 있고 작년 봄에 왔다가 올해 봄에 또 다시 들러 일부러 물을 마시러 들렀다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로 치커리차 하나로 보은군은 관광 이미지를 크게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보은의 인심이 훈훈하다는 것도 외지인들에게 심어주었다.

이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물을 나눠주면서도 꼭 속리산을 다시 한 버너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질 좋은 보은 농산물을 구입할 것을 권유하는 양념을 잊지 않는다. 비록 공공 근로이지만 이들이야말로 속리산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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