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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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 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0.07.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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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연중 가장 덥다는 삼복(三伏)더위가 분명하다. 하기야 내일(23일)은 불볕더위로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가 아니던가. 그래서 이때쯤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이나 물가를 찾아 피서를 즐기는 것이 우리들의 오랜 풍습이다.

음력 6월과 7월 사이에 들어있는 속절(俗節)인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은 중국의 옛날 진(秦)·한(漢)나라 때부터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사기에 '성 4대문 안에서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내 충재(蟲災)를 방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때문인지 복날에는 더위를 이겨내는 시절음식으로 개장국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 한자의 파자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복(伏 )이라는 글자가 사람(人)이 개(犬)를 끌 고가는 형상이니 복날은 '개고기를 먹는 날' 이라고들 했다.

우리의 옛날 문헌에도 개고기의 효능과 복중에 개장국을 절식(節食)으로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열양세시기에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조양(助陽)한다.'는 기록이 있고, 또 동국세시기에는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보허(補虛)한다.'고 했다. 또 농가월령가에는 황구(黃狗)의 고기가 사람을 보한다고 하여, 누런 개를 일등품으로 여겼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요리방법도 다양했다. 조선시대 석계부인 안동 장씨의 '규곤시의방' 등 몇몇 조리서 에는 개장, 개장꼬치누루미, 개장국누루미, 개장찜, 누렁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문헌 등을 통해서 볼 때,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대에도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보신탕과 개소주가 되고 있는 개의 숫자가 무려 2백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 중에는 오로지 고기용으로 길러지는 대형견인 소위 '식육견'을 비롯해 주인이 내다버린 시추, 포메라이언 같은 소형 애완견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개들을 죽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나무에 목매달아 두들겨 죽이거나, 산 채로 불에 태우거나, 전기로 지져서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하며 죽인다. 고통을 많이 느낀 개가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되어 더 맛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의 일부 지하철에는 '고마 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친구를 잡아먹지 맙시다. 개는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광고가 말복 때까지 약 20일간 부착된다고 한다. 영화감독 임순례 씨가 대표로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가 올 여름 개 식용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초복을 전후해서는 개 식용반대 광고가 랩핑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며 홍보를 했고, 또 거리에 현수막 홍보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먹을 게 없던 가난한 시절 무더운 삼복에 체력을 보충할 단백질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데에서 비롯된 보신탕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교감을 하는 개는 이미 애완동물의 차원을 넘어 인생의 또 다른 동무인 반려동물인데 식용으로 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미개인 야만인의 범주에 속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양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각종 성인병을 걱정하는 시대에 고단백 보신탕을 습관처럼 먹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라는 것이다.

매년 여름 이맘때쯤이면 진부하게 반복되는 것이 개고기 찬반 논란이다. 외국인의 눈총을 받는 보신탕 문화를 척결하자는 측과 우리의 식문화인데 눈치 볼 게 없다는 측의 논쟁이다. 당신의 입맛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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