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죽음(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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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죽음(9)
  • 김정범 실버기자
  • 승인 2009.11.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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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반듯이 죽는 것이 창조주의 섭리이지만 죽음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자연사를 비롯하여 질병에 의한 죽음, 어떤 사고에 의한 죽음, 타인에 의해 당하는 죽음이나 전쟁으로 인한 죽음 또는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자살 등 어떤 원인 어떤 형태이든 사람은 반듯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자살은 자신에게 다가 온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지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임으로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 하게 한다. 근년에 들어서는 노인의 자살이 많아지는데 2000년 이 후에는 매년 평균 2천여 명의 노인이 자살 한 것으로 조사 되었다. 그러니 매일 6-7명의 노인이 자살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노인 자살의 원인으로는 우울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밖에도 가족 간의 갈등이나 고독, 생활고 등이 있으며 여자 보다는 남자가 두 배 이상 많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 자살은 결코 용납 할 수 없는 범죄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게 있어 생과 죽음은 필연적 인과 관계이기에 노인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문제는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당면 문제이다. 사람이 태어나 자기의 수를 다 하고 죽는다면 이는 자연의 이치를 잘 따른 것이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인생 칠십 고래희(古來稀)라 하였고 성서에도 우리의 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세월이 날아가는 것처럼 빠르다고 하였다.
예로부터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는 복(考終命)을 오복 중에 하나라 하여 모든 사람이 이를 소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의 삶이 내 뜻대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듯 죽음 또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움과 공포 가운데 죽음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언제인가 존엄사의 권리 주장으로 안락사의 찬반 여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죽음은 물이 흐르는 순리처럼 따라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노인들은 언제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어느 분의 말대로 죽음이 닥쳤을 때에도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이었을까? 생각 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종교에서 죽음은 영과 육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 영의 영원한 삶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기독교에서의 천국이나 불교에서의 극락세계와 지옥이나 연옥이 곧 이것의 가르침이다.
이제 까지 이 땅에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또 죽어 갔듯이 우리도 그 흐름 속에 또 함께 갈 수 밖에 없기에 그 어느 시간을 준비하는 것은 노인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그 준비함에 게을리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두려움 없이, 홀가분하게 나의 죽음과 더불어 떠날 수 있기를 소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내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라는 옛말이 있지만 그 이름을 기억하는 세월이나 세대가 얼마나 될까?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으며 뒤에의 세대가 전에의 세대를 기억함이 없다“고 한 솔로몬의 고백처럼 흔적을 남기려는 욕심이 오히려 욕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 해 본다. 묘지를 아름답게 꾸미고 묘비를 아무리 크게 세운들 기억 해주는 마음들이 없다면 얼마나 욕된 죽음인 가를 헤아려 보는 지혜도 가져 보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친구 몇 분과 함께 속리산 등산길을 따라 입석대로 올라 문장대로 내려오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바위에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을 많이 보았는데 그것을 보면서 왜 욕된 흔적을 남겼을까?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나는 지난 2.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을 잊을 수 없다. 누구나 다 그 분처럼 살 수는 없지만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한 기계적 치료를 거부하고 무소유의 삶을 살다가 마지막 하나 줄 수 있는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고 “ 고맙다, 서로 사랑 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선종한 그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배우고 흠모해야 할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가진 것의 처리 문제이다. 내가 가진 재산이 있으면 자녀에게 상속을 하든 사회에 기증을 하든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 해 두어서 내가 죽은 후 유산으로 인한 다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유산으로 인한 다툼은 당사자들은 물론 고인을 욕 되게 할뿐이다.
삶은 귀한 것이다. 그러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어렵고 험난한 세월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우리의 삶이 끝나는 순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라고 한 시인의 노래처럼 나의 죽음도 아름답기를 간절히 소망 해 본다. /김정범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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