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떤 꽃을 피울까? 사람 역시 누구나 자기 영역만큼, 그리고 피는 시기는 모두가 다르지만, 언젠가는 꽃을 피운다는 생각이 든다. 남보다 일찍 꽃을 피웠을 때, 주목을 받고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남보다 조금은 뒤 늦게 피어도 꽃의 의미는 상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 익은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포도원에서, 아주 작게 매달려있는 파란 포도를 본 적이 있다. 그 포도는 햇살이 적어지고 서리가 내리면 익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그렇듯 너무 늦게 꽃을 피우면 제대로 열매가 익지 못해 꽃으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꽃으로 보면 너무 빠르게 피는 것도, 너무 늦게 피는 것도 부담이 된다. 해서 적절한 시기에 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서정주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다고 하는데, 사람의 꽃이 피기 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관심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는 자신보다 나은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보다 나은 위치에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주변아이와 비교하고 많은 부분에서 닦달하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러기 이전에 아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여러 가지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나 말을 못하는 시기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웃고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호감을 갖는다. 아기 때부터 엄마는 수다쟁이가 되어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귀찮아하지 말고 대답하는 것도 아이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급적이면 내 아이에게 수다쟁이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큰 아이가 만 1년이 지나면서 20개월 정도 되었을 때, 아이에게 “ㅇㅇ야! 네가 태어났을 때는 아주 작았어. 얼마나 작았는지 너의 몸은 저 수건길이 만큼도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우리 ㅇㅇ는 엄마사랑 받고 아빠사랑 받고 이만큼 컸어!” 이런 말을 아주 자주했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물었다. “ㅇㅇ야! 넌 어떻게 해서 컸지?”하면 “엄마사당(사랑) 받고 아빠사당(사랑) 받고 컸어”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이가 아플 때도, 엄마 아빠의 사랑이야기부터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한다는 표현을 유아였지만 자주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ㄹ발음을 잘못하여 할머니를 함머니 등으로 발음을 한다. 우리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로 아이에게 하면 아이는 언어에 혼돈이 온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른은 항상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듯이 아이가 질문했을 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잘 설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날 TV뉴스에서 남한강 부분에서 떼죽음을 한 물고기가 둥둥 떠가는 걸 본적이 있었다. 두 돌이 지난 큰 아이는 궁금하여 “뭐야!”하며 물었다. 난 “강물에 물고기가 많은데, 살 수가 없어서... 죽었돼요.”라고 설명을 노래하듯이 들려주었다. 아이는 반복적으로 그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엄마! 물고기가...”하며 묻고 또 묻곤 했다. 그 때 아마 스무 번도 넘게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달래는 것도 이야기로 할 수 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겨울 산속에 총을 들고 있는 사냥꾼 두 명과 사냥개와 꿩 한 마리가 날아가는 장면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다. 난 자주 그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그림을 보면서 저기 날아가는 것은 꿩,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사냥꾼, 먼저 사물과 사람에 대해 설명을 자세하게 한 다음 그림을 설명해 주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날, 아주 깊은 산 속에서 사냥꾼이 꿩을 발견했어. 사냥꾼은 꿩을 향해서 탕!탕! 하고 총을 쐈는데 꿩이 재빨리 훨~훨(푸드득이 맞는데 좀 더 과장되게 표현했음)하며 날아갔어. 그러니까 개가 멍멍! 하고 짖는 거야” 아이에게는 잘 이해 못할 단어와 의성어를 사용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종종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엄마! 사냥꾼이...총을 탕탕 꿩이 훨~훨 개가 멍멍...”설명을 적당히 하며 고개까지 끄덕이곤 했었다.
이야기의 소재는 아주 다양하다. 꽃을 바라보면서도 이꽃의 색깔은 빨간색이야. 빨간색 꽃은 또 있다. 이러이러한 것. 냄새가 나는지 맡아볼까? 꽃은 부드럽지? 호박덩굴을 보면서도 노랗게 핀 꽃과 꽃 끝에 호박이 달려있는 것, 그리고 호박을 보며 호박이 달리는 과정을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아주 재미있어한다. 이렇게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아이가 어릴 때, 재미있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어구사력과 감정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유아의 엄마는 수다쟁이를 자초할 필요가 있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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