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유통 서울프라자 매장에는 32억여원이 투입됐다. 농축산물을 판매해 투자비용을 건지기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15평 크기의 1층 매장 두 곳은 각각 전세보증금 2억원과 1억5000만원에 월세 600만원씩이 지불된다. 속리산유통은 이곳에서 보은의 대표 한우브랜드인 조랑우랑을 판매한다. 또 총각네 야채가 보은군내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농산물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 총각네는 속리산유통사가 전세보증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매출의 8% 수수료를 지불한다고 한다. 2층은 판매장에서 구입한 조랑우랑을 즉석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음식점을 냈다.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은 모두 12명이다.
얘기를 돌려 최근 명품 한우로 통하는 횡성한우를 판매하는 횡성축협 서울 창동점이 30개월 만에 폐쇄됐다. 이 축협이 창동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9월부터. 앞서 횡성축협은 1997년 12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군비 4억원과 자부담 6억5700만원 등 10억5700만원을 들여 25평 규모의 판매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적자운영과 주변지역 대형상가 출현 등으로 2004년 판매장을 매각하고 2006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역 부근에 지하 1층 시상 3층 규모의 한우프라자 창동점 문을 다시 열었다. 창동점은 임대보증금 4억원에 월 3000만원으로 계약하면서 점장과 부점장 등 총괄책임자 2명과 관리직 7명, 홀 23명 등 모두 51명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올 7월 적자 누적 등으로 인해 30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남의 일을 들춰보지는 않겠다. 참고로 횡성한우는 고급브랜드 한우에 비해 ㎏당 1만원, 일반한우보다 2만원 더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시된 이후 각 도에서는 해당 지역의 농산물수출을 위해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농산물 수출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책임성 부재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밀어내기식 수출 또는 생산자와의 부조화, 방만한 경영형태 등으로 실패를 자초했다. 실패의 원인은 역으로 우리에게는 교사가 된다.
강남매장은 좋은 시설, 좋은 장소, 여유가 있는 소비자가 곁에 있다. 재정이 열악한 군 살림살이 속에서도 멍석을 까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공은 유통회사 임직원들에게 넘어갔다. 실패하면 돈도 까먹지만 자리도 잃는다.
벌써 주주 중에는 자본의 편중을 들어 출자금 회수를 요구할 것이란 소리가 새 나온다. 주인이 많다는 점은 참여자의 열의가 높아 사업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겠지만 다수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냉철한 원칙과 방침 그리고 철두철미한 임직원의 사명의식만이 군민이 출자하고 농민이 주인인 속리산유통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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