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통 이어가며 주민 화합 도모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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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통 이어가며 주민 화합 도모하는 마을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9.03.27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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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 신함 1리 … 161
10년 전 이야기다. 보은읍 북쪽에 위치한 신함 1리는 보은읍 읍소재지에 속해 있으면서도 교통이 불편해 가깝고도 먼 동네라 불렀다.
시간은 흘렀지만 신함1리의 모습은 10년 전 그대로다.
지난해 가을부터 마을 앞까지 버스가 들어와 2km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은 사라졌지만 마을의 도로 여건은 여전히 그대로다.

#교통의 오지
신함1리를 찾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풍취리를 지나 보은읍과 내북면을 연결하는 4차선 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야 했고, 4차선 도로 끝에서 다시 굴다리를 지나야 했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넓은 들녘을 따라 난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신함 1리를 연결하는 또 다른 굴다리를 찾아 지나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나서야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도로도 잘 포장된 곳이 많은데 여기는 많은 주민들이 살아도 도로 여건은 옛날 그대로입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마을을 찾기도 쉽지 않다니까요.”
마을 앞으로 난 보은∼내북 간 4차선 도로가 개통된다면 교통의 오지라는 오명을 벗어 던질 수는 있겠지만 또 다른 걱정도 뒤따른다.
고요했던 마을 분위기가 차량 소통으로 소란해질 것이고,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도로로 연결된 신함 1리와 2리와의 연결은 더욱 소원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 다른 걱정
불편한 교통을 제외하고서라도 신함 1리 주민들의 걱정은 또 있다.
바로 마을 뒤 도랑이다.
정비가 안 된 마을 뒤 도랑은 비가 내리면 산사태의 위험까지 갖고 있어 시급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양재승(70) 이장의 얘기다.
“이곳의 냇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물도 좋은데 마을 뒤쪽 도랑이 아직 정비가 안돼 항상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도랑물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된 공간이 마련된다면 주민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유용한 냇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통의 오지라는 오명과 도랑정비의 필요성.
10년, 20년 한 사람이 이장을 보며 마을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지만, 신함 1리는 마을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이장이 자주 바뀌어 주민들의 얘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 곳곳에 얽힌 이야기들
보은읍 북쪽에 위치한 신함 1리는 동쪽으로 종곡과 강신리, 서쪽으로는 중동리, 남쪽으로는 풍취리, 북쪽으로는 학림리와 접해 있다.
신함1리는 크게 새함리라고도 불리우는 원신함과 월곡이라고도 불리는 넘은골, 두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개의 자연마을은 높은 산봉우리와 깊은 골자기 안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높은 산과 깊은 골자기가 많은 만큼 마을 곳곳에는 지명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먼저, 신함리는 매봉이라는 산과 새반덕이라는 산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원신함 마을 동쪽에 위치한 매봉은 멀리서 보면 매가 활개를 치며 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매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신함1리와 2리 사이에 위치한 새반덕은 원래 채반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옛날 이곳에서 여우가 울면 출가한 딸이 채반에 음식을 가지고 와 나눠 먹는 일이 있어 채반덕이라 불리웠지만,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새반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골자기들
이 매봉과 새반덕이라는 산 사이에는 뱀이 많이 서식했다는 뱀골, 샘이 있어 수중왕을 위했다는 요왕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요왕골 남쪽에는 새가 날아간다는 뜻의 비재 골짜기가 있고, 이 비재골에는 비재못이라는 연못이 위치해 있다.
비재못 동남쪽으로는 여수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이 여수골은 옛날 마을에 유행병이 돌아 어린 아이가 많이 죽으면 매장을 하는 곳으로 여우들이 득실거렸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비재못 옆에는 성황당에 부처의 석상을 모시고 있는 부처당골이 있고, 이 부처당골 뒤에는 병풍처럼 생긴 병풍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또 신함 1리와 2리로 넘어가는 고개는 산등성이가 황소같이 생겼다고 해서 황소고개라 불리고 있다.

#잘못 전해진 황소고개
황소같이 생겼다고 해서 황소고개라고 불리는 이 고개는 최근 다른 의미로 전해지고도 한다.
김석규(76)씨는 “원래 황소고개의 의미는 고개의 산등성이가 황소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그 의미를 없애기 위해 죽은 소들을 묻은 고개라는 의미를 붙였다”라며 “지금도 죽은 소들을 묻은 고개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런 황소고개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수 있게 됐다.
황소같이 생긴 이 상등성이에 소싸움 경기장이 생긴 것이다.
마을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홍봉씨가 자신의 싸움소 6마리를 훈련시키기 위해 소싸움 경기장을 마련해 이곳에서 연습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홍봉씨는 60여두의 한우를 키우며 한우를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게 했고, 이 후 김홍정씨(10두), 김준기씨(30두) 등 5, 6년 전부터 마을주민들이 한우를 키우는 계기를 만들었다.

#주민 화합 돈독한 마을
신함1리는 현재 43가구, 80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고추 농사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신함 1리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이어가며 주민화합을 다지고 있다.
매년 정월 초사흘 날이면 마을 입구에 있는 산신동제단에서 마을 동고사를 지낸다.
그 해 생기복덕을 따져 시운이 닫는 주민을 제주로 삼아 지내는 동고사에 올해는 김교준, 조성순 부부가 나서 고사를 지냈다.
마을 노인회의 활동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매달 2일에 열리는 노인회에서는 회원들이 3천원씩을 모아 조촐하게 잔치를 벌이고, 남은 금액은 모아 여행을 떠나는 경비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노인회 경비를 이용해 회원 모두 강원도 백담사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옛 전통을 이어가며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주민들의 넉넉함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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