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꽃향기와 은은한 묵향이 교차하는 마을
상태바
향긋한 꽃향기와 은은한 묵향이 교차하는 마을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9.03.20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북면 화전 1리 … 160
한낮의 햇살은 벌써 완연한 봄이다. 대안고개를 너머 화전리로 가는 길. 머지않아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마을 지명의 근원이 되는 산이기도 한 꽃다리 봉 아래 자리 잡은 화전리. 봄볕이 따사롭던 19일 오후, 성큼 다가온 봄을 준비하는 화전리 주민들을 만났다.

#봄 내음 가득한 마을회관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봄 내음이 가득하다.
마을에서 재배한 큼직한 더덕들이 주민들의 손길에 뽀얀 속살을 들어냈다.
“어이, 기자양반.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
마을 할머니들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 한 뿌리를 건네준다.
낯선이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주던 할머니들이지만 사진기를 들이대는 기자 앞에서는 예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의 몸에 얼굴을 파묻었다.
“먹으라는 더덕은 안 먹고, 왜 사진기만 들이대는 겨. 아이구, 난 싫어. 예쁘지도 않은 얼굴, 뭐 하러 사진을 찍으려 해?”
투박한 손끝으로 더덕을 다듬던 할머니의 우스갯소리에 터진 웃음소리가 마을 앞을 지나는 개울물처럼 싱싱하게 울려 퍼졌다.

#꽃이 가득한 ‘화전(花田)’
“화전리라는 이름이 왜 붙여졌어요?”
얘기는 자연스럽게 마을 지명에 대한 유래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명과 관련된 화전리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깨끗이 씻겨졌다.
“대부분 사람들이 불화(火)자를 써서 산에 불을 놓아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그곳에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인 마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 마을은 불화(火)자가 아닌 꽃화(花)자를 써서 화전(花田)리야. 말 그대로 꽃이 활짝 핀 마을이라는 뜻이지.”
마을에서 노인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현(70) 회장의 얘기는 계속됐다.
국사봉 줄기에서 이어진 마을 뒤 높은 봉우리의 이름은 꽃다리 봉이며, 이곳에는 진달래를 비롯해 철쭉 등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펴 커다란 꽃다리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까지.
또 하나. 화전리라는 지명에는 옛 조상들의 모습도 담겨져 있었다.
“화전리의 옛 지명은 먹골, 묵동(墨洞)이라고도 해. 옛날 이곳에서는 먹을 만들었다고 해 먹골, 묵동이라고도 불렀지.”
향긋한 꽃향기와 은은한 묵향이 교차하는 화전리의 모습에 더 큰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을의 자랑 ‘소나무’
마을회관을 나와 이윤서(64)  이장과 이윤무(52)씨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바로 마을 뒷산이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자랑하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장엄한 모습으로 마을을 내려보고 있다.
“솔직히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보다 그 자태는 더 훌륭합니다. 굵기도 어른 두 명이 두 팔을 벌려야 할 정도로 굵고요.”
마을의 자랑인 만큼 주민들이 함께 가꾸어 나가겠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뜻이다.
주민들이 함께 가꾸어 나가기 위해 군 보호수로 지정을 받기 위해 신청을 하려다 말았다는 것이 이윤서 이장의 얘기다.
이 아름드리 소나무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는 이윤서 이장이 전해주는 일화 속에서 잘 나타난다.
“선대 때, 이 소나무로 관을 짜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나서 ‘이 소나무는 주민들이 위하던 소나무인 만큼 베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해 결국 그대로 남겨 두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이 소나무는 소중한 지역의 자산인 것입니다.”

#전주이씨 집성촌
20여년 전, 37가구까지 살았던 화전1리지만 현재는 22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다른 농촌마을처럼 작은 마을이지만 화전1리의 면적은 다른 어느 마을보다 더 크다.
한화 화약공장이 들어선 곳도 바로 화전1리다.
“지금은 철망에 가려져 있지만 화약공장이 세워진 곳에 도끼바위 폭포가 있었습니다. 도끼로 찍은 듯이 가파른 절벽에 물줄기가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주민들이 많이 찾아 갈 정도로 장관을 이뤘습니다. 폭포를 비롯해 화약공장 절반 이상이 화전리에 속한 지역이었죠.”
넓은 터와 함께 화전1리는 전주이씨 집성촌으로도 유명하다.
22가구 중 5가구를 제외한 17가구가 모두 전주이씨다.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단합도 다른 마을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매년 정월 열나흘날, 내북면에서는 유일하게 달집태우기 행사를 펼치고 있는 곳도 바로 화전1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